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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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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기자 (계성초등학교 / 4학년)

추천 : 159 / 조회수 :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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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색연필-1화

“와! 엄마, 저것 좀 봐. 이번에 새로 나온 색연필인데, 샤프처럼 뒤를 눌러서 쓰는 거래. 색도 45색이나 있어!”

“그래서 뭐, 또 사달라고?”

“아, 아니. 가지고 싶다고...”

“가지고 싶은 게 사달라는 거지, 그럼 뭐야?”

“딴 애들은 다 나보다 색이 많은 색연필 쓴단 말이야. 나만 12색이라고! 다른 애들은 다 24색이나 30색, 더 많은 애들은 50색도 가지고 다녀. 나도 사줘!”

“아이고, 이게 정말, 예쁘고 튼튼한 색연필 있으면서 왜 그래?”

“가지고 싶으니까 그렇지! 나만 12색이니까.”

말씨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문방구 앞이다. 3학년 한얼이는 엄마에게 다양한 색이 특징인 색연필 세트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중이었다.

“엄마, 제발, 사줘. 응?”

“안 돼. 한얼이, 너 자꾸 이러기야? 12색만 있어도 충분이 예쁘게 색칠할 수 있어. 다른 애들처럼 돈이 많지 않은 거 너도 잘 알잖아.”

“치이, 엄마는 맨날 안 된다고만 해.”

“이한얼! 너 정말 혼날래?”

“메롱, 그러니까 사주면 되잖아.”

“얘가 정말, 이리 와! 가자!”

엄마는 한얼이의 손을 끌었다. 엄마의 승리로 말씨름이 끝나고 발길이 드문 골목길 한편에 위치한 작은 빌라로 엄마와 한얼이가 들어선다. 빌라 1층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집으로 들어서니 두 명이나 되는 한얼이의 동생들이 쪼르륵 달려나왔다.

“엄마, 나 문제집 사가는 거 숙제야. 빨리 사러 나가자, 응?”

“엄마, 나도, 나도. 나 유치원에서 그림장 사오래.”

“아휴, 사줘야 될 건 많고 돈은 없고. 그래 한준아, 돈 줄 테니까 문방구랑 서점가서 형 거까지 사와. 혼자 갔다 오는 연습도 할 겸, 혼자 갈 수 있지?”

한준이가 집을 나서자 한얼이는 바로 엄마를 향해 투덜거렸다.

“엄마, 쟤네는 사 주면서 왜 나는 안 사주...”

“시끄러워! 동생들은 꼭 필요한 거잖아. 너, 그깟 색연필 없다고 어떻게 되니? 난 몰라. 안 사줄 테니 그리 알아.”

엄마에게 제대로 혼이 난 한얼이는 더 이상 말도 못하고 거실 한 쪽에서 가방을 풀고 숙제장을 꺼냈다. 오늘 숙제는 우리 가족이 가장 아끼는 물건들을 그려오는 것이었다. 물론 다 그린 뒤 색칠까지 해가야 한다. 한얼이는 학교에서 받은 도화지를 꺼내어 작은 나무 탁자 위에 펼치고는, 색연필 자국이 가득한 12색 색연필을 꺼내놓았다.

“에이, 색칠 좀 잘하려고 했더니.”

한얼이는 맨 먼저 첫째 동생인 2학년 한일이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 필통을 그렸다. 그 필통은 한일이가 자기 저금통에 돈을 모아서 산 것으로, 한일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비싼 필통이다. 필통은 회색 바탕에 파란색 띠가 둘러져 있고 삼단으로 되어 있어 학용품을 많이 넣을 수 있다. 한일이는 이 필통은 늘 애지중지하며 친구들에게도 자랑스럽게 꺼내보이곤 했다.

한일이의 필통을 다 그린 한얼이는 회색인 필통의 바탕색을 칠하기 위해 색연필 통을 보았다. 그런데 회색이 없었다. 친구들은 연한 회색, 회색, 진한 회색 등 회색의 종류도 많던데, 왜 한얼이에겐 하나도 없는 것인지 속상해졌다. 한얼이는 하는 수 없이 연필로 얇게 색칠하고 검은색 색연필로 덧칠을 했다. 그런데 숙제를 가지고 탁자 앞에 마주 앉은 한일이가 한얼이의 그림을 보더니, 자기 필통을 한얼이 눈앞에 들이대면서 말했다.

“형, 내 필통 좀 봐봐. 회색이잖아. 왜 검은색으로 칠해?”

“야, 보면 몰라? 나 회색 색연필 없다고. 괜히 그림 망치지 말고 저리 가.”

약이 오른 한얼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 숙제할 건데.”

한일이도 퉁명스러운 대답에 기분이 나빠져서 대꾸했다.

“아, 몰라몰라, 어쨌든 여기서 하지 마.”

동생을 쫓아내고 그림에 다시 집중하는 한얼이는 이제 막내동생 한준이가 아끼는 물건을 그리려고 했다. 한준이는 올해 일곱 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갔는데, 무엇이든 열심히 해 선생님들과 엄마, 아빠가 좋아한다. 한얼이는 그런 한준이가 은근히 샘이나 가끔씩 한준이의 물건을 숨기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도 귀신같이 찾아내는 한준이였다.

한준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다섯 번째 생일에 엄마가 선물로 준 장난감 자동차다. 조종기는 없어도 입으로 잘도 소리를 내면서 한준이가 늘 가지고 다니는 자동차다. 빨간색 바탕에 연초록 띠가 쳐져 있고 앞문과 뒷문이 열리는 것이 아주 멋있어보였다. 한얼이는 한준이의 장난감 자동차를 연필로 그린 다음, 빨간색을 칠하고 연초록 띠를 칠하려고 했다. 그런데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아이, 또 연초록 색연필이 없잖아. 어떻게 칠하란 말이야?”

하는 수 없이 초록색 색연필을 집어 드는데, 방금 막 그림장과 문제집을 사온 한준이가 한얼이의 그림을 보고는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형, 내 차의 띠는 연초록색이야. 초록색으로 칠할 거면 차라리 연두색으로 칠해. 그게 나아. 연초록이 연두색보다 좀 더 진하긴 한데...”

“너까지 참견이냐? 확 안 칠해버린다. 빨리 가!”

“이한얼! 색연필 안 사줬다고 동생들한테 화풀이하니? 조용히 해. 너 때문에 자꾸 기사 틀리게 고치잖아.”

신문사의 편집진인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아 한얼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에잇! 왜 다들 나한테만 그래? 나도 짜증나 죽겠다고!”

한얼이도 짜증이나 소리를 꽥 질렀다. 그때 ‘딩동!’하고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나다, 아빠 왔다! 문 열어라!”

“와! 아빠!”

회사에서 일하시는 아빠가 돌아오셨다. 한얼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의 귀가에, 한얼이는 색칠하고 있던 연두색 색연필을 내려놓고 아빠에게 뛰어들었다.

“오, 우리 아들! 지금 뭐하고 있어? 오늘 학교는 어땠니?”

“괜찮았어요, 아빠. 지금 학교 숙제하고 있는데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들 그려가야 되거든요.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은 뭐예요?”

“어, 우리 한얼이가 숙제 열심히 하는구나! 아빠는 이 세상에서 아빠 시계가 가장 좋단다. 우리 한얼이가 전에 학교에서 나무체험학습관에 가서 만들어준 거, 그건 한얼이의 정성이 담겨있는 거라 아빠는 그게 가장 좋아.”

“에이, 그거 내 거 만들고 나서 남은 나무 조각으로 만든 건데. 그게 그렇게 좋아요?”

“그럼! 그러니까 잘 그려줘, 우리 아들. 아이고, 귀여워라.”

아빠가 말한 시계는 2학년 때 한얼이가 학교에서 나무체험학습관에 가서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황갈색 나무토막으로 만들 때 만든 것이다. 나무로 만든 시계라 촉감이 좋다고 아빠는 아주 좋아하셨다.

아빠가 저녁을 먹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한얼이는 마저 그림을 그리기로 하고 탁자 앞에 앉았다. 탁자 앞에 앉아 아빠의 시계를 칠할 황갈색, 아니 황토색이라도 찾아보니, 밤색 색연필만 덩그러니 통 안에 놓여있었다.

‘아니,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찾는 색마다 없는 거야?’

순간, 한얼이는 언제나 자신의 편인 아빠를 떠올리고는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 나 연한 색이 많은 색연필 사 주세요.”

“연한 색 많은 색연필이라, 우리 한얼이가 새 색연필이 사고 싶은가보구나? 그래, 우리 한얼이 색연필은 열두 색밖에 안 돼서 속상하지? 아빠가 며칠 뒤에 사 줄 테니 걱정 말아라. 속상해하지마, 우리 아들!”

갑자기 엄마가 와서 끼어든다.

“아휴, 색연필 있는데 뭣 하러 또 사줘요? 돈 아깝게. 한얼이 너, 엄마한테 안 되니까 아빠한테 그래?”

“으이구, 우리 아들이 색이 적어서 속상해 그러는데 왜 그래. 요즘 애들은 다 좋은 색연필 가지고 다니던데 우리 한얼이도 이번에 하나 사 줍시다. 허허허.”

“에이, 그래도...”

“허허허.”

한얼이는 아빠의 시계를 밤색으로 색칠하며 생각했다.

‘히힛, 아빠는 사 준다고 했지. 이제 나도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겠다! 신난다!’

기분이 좋아져서 아빠의 시계를 가장 예쁘게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엄마의 보물 1호, 다이어리를 그리기로 했다. 엄마는 신문사 편집진이라 취재를 가는 데도 많이 따라가고, 편집 회의도 많아 늦게 들어올 때가 많다. 일정이 복잡한 엄마를 위해 아빠가 생일 선물로 연분홍색 커다란 다이어리를 사주었다고 한다. 속지가 일곱 종류나 되는, 편집진용 다이어리라고 했다. 엄마는 천으로 된 다이어리에 자신의 이름을 실로 새기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더러워질 때마다 속지를 뺀 뒤 손으로 문질러서 빤다.

엄마에게 색연필 일로 계속 구박을 당한 한얼이는 엄마의 다이어리를 대강 그렸다. 그치만 색이라도 잘 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다시 연분홍 색이 보이질 않았다.

‘아, 연분홍이 없잖아! 정말 이건 너무해. 선생님이 이 그림 보면 우리 가족 물건들은 다 진한 색이라고 생각할 거야. 빨리 사야 해.’

그림을 완성하고 가방에 넣은 한얼이는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앞에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찌개가 식탁 가운데에 놓여있었다. 그러고 보니 찌개는 다홍색이고, 찌개가 담겨 있는 뚝배기는 연한 황갈색이었다. 한얼이는 ‘연한 색연필’을 생각하며 밥그릇을 빨리 비운 뒤 침대로 들어가 연한 하늘색 이불을 덮고, 연한 색연필이 많이 들어간 새 색연필 세트를 집안 구석에서 찾아내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꿈을 꾸며 잠이 들었다.

박경리 기자 (계성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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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민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2013-02-23 19:58:49
| 오...박경리 기자님 또 돌아오셨군요! 반가워요~(사실 박경리라는 엄청 글 잘 쓰시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죠...비록 돌아가셨지만요...)왠지...한얼이는 남자이긴 하지만 저랑 너무너무 닮았어요. 엄마도 닮으셨고요. 역시! 아빠는 우리편!ㅎ다음 단편작도 기대하면서, 추천 꾸욱-!
심유민
서울선사초등학교 / 5학년
2013-02-24 09:04:22
| 정말 재미있어요. 추천하고 갑니다~
박경리
계성초등학교 / 4학년
2013-02-24 13:15:31
| 제 동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위청비
순천북초등학교 / 6학년
2013-02-24 13:41:54
| 한얼이가 빨리 연한 색연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박경리 기자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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