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독자 (한신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89 / 조회수 : 1213
한강 위 하늘이 반은 어둡고 반은 푸르렀다. 2010년 8월 6일 김중만 사진작가를 취재하러 가는 그날의 하늘이 선생님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면 어떤 이야기로 우리에게 표현이 될지 궁금했다. 미리 알고 있던 주소로 찾아간 청담동 하나 빌딩 앞에서 김중만 선생님의 스튜디오 ‘벨벳 언더 그라운드’란 간판을 아무리 찾아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건물의 가장 눈에 띠는 곳에서 크고 화려한 색으로 기자를 안내해 줄 것 같아 열심히 간판을 찾던 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몇 분 뒤 푸른 누리 기자 친구들의 푸른색 모자를 확인 하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3층에 위치한 선생님의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나무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과 그들의 노랫소리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새장 안에 가두어 두지 않은 새. 땅에 뿌리를 내린 커다란 나무.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스튜디오 안에서 김 중만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몇 년 전 선생님의 작품집 ‘아프리카 여정’ 속 동물 사진을 감상하면서 ‘선생님의 키는 나 보다 훨씬 크고 사진기를 잡는 팔과 어깨도 매우 단단하리라’ 여겼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 뵌 선생님의 첫인상은 작품 속에서 느꼈던 강함과는 정 반대였다. 기자단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선생님께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기자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춰 가며 대답해 주셨다.
김중만 선생님은 사진이란 빛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 안에 미움과 행복, 자신만의 아픔을 담아 세상과 소통하는 진심을 담은 정직한 일기장이라고 하셨다. 39년간 60만장의 사진을 찍어오셨으며 그 많은 이야기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몽고 고비사막에서 50년간 살아온 유목민 할아버지의 사진이라고 하셨다. 유명한 연예인, 멋진 자연 경관, 근사한 건물이 아닌 눈이 어두운 유목민 양치는 할아버지 작품이 많은 사진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으신다니 조금 의아했다. 생활환경이 척박한 고비사막에서 오랜 시간 동안 견디며 비록 육체의 눈은 흐려졌지만 자신의 소중한 양들을 지키는 마음의 눈을 선생님은 사진에 담아 오신 듯하였다.
선생님께서 캄보디아, 베트남, 아프리카 등지에서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봉사 활동에 대한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6~7년 전, NGO단체에서 제안을 받고 일본에서 개최한 한류 연예인 사진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히말라야 네팔의 아이들, 부모에 의해 AIDS에 감염된 아프리카 아이들의 힘겨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그들의 불공평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4년 전부터 아프리카 최남단 South Africa Cape Town으로부터 케냐에 이르는 8개국에 손수 축구 골대를 지어주며 축구선수가 장래 희망인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난생 처음 골인의 기쁨을 만들어 주었지만 1년 전부터는 자금 부족으로 안타깝게도 중단 되었다고 하셨다.
또 다른 봉사활동으로 김중만 선생님께서 평소에 좋아하던 작년에 작고하신 故김점선 화가의(선생님께선 점선 누나라고 부르셨다)이름으로 앙코르와트에 미술학교를 건립하기 위하여 전시회를 개최하고 기금을 마련해서 2011년 4월에 학교 준공을 시작한다고 하셨다. 생전에 비행기를 타고 한 번도 한국을 떠나 외국 땅을 가보지 못한 고 김점선 화가님의 영혼이 생전에 주로 그리신 예쁜 말을 타고 앙코르와트 미술학교로 날아가 알록달록 아름다운 꽃밭을 그릴 수 있으시겠지?
아쉽게도 기자는 김중만 선생님을 피사체로 하여 단 한 번의 셔터도 누를 수 없었다. 명장 앞에서 변변치 않은 기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부끄러웠다기보단 카메라 앞에서 찍히는 것보단 카메라 뒤에 서있는 모습이 더 좋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비결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부단한 인내와 의지로 더 많은 노력을 쏟는 것만이 방법이며 그 비결을 선생님은 아직도 찾고 있다고 하셨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서울 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김중만 선생님 사진기의 작은 렌즈를 통해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여러 사람들에게 큰 무지개가 될 것이다.
김현수 독자 (한신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