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린 나누리기자 (야탑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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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야탑초등학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학기부터 이항신 교장선생님, 정원진 교감선생님, 63명의 교직원과 902명의 학생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 인사말을 나누기로 한 것입니다. 야탑초의 교육지표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 교육’ 입니다. 그래서 항상 이를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마음을 전하는 인사말로, 이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커지고 학교가 더욱 즐거운 곳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이 아직은 어색하고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먼저 환하게 웃으며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해 주면 저도 용기 내어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합니다. 왠지 모르게 하루가 더 행복하게 시작되는 기분입니다.
저는 모든 학교에서 성을 빼고 이름을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정혜린!’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 ‘혜린아!’라고 부르는 게 더 듣기 좋습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사이에서는 모두 이름만 부르는데 왜 학교에서는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를까요? 아마도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들께서 성과 이름을 부르셨기 때문에 학생들도 따라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모두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는 운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름을 부르다보면 욕을 하거나 심한 장난말을 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서로가 더욱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급회의에서 건의해서 학교 전체로 퍼지도록 해야겠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랑반’ 친구들을 만나고부터입니다.
야탑초에는 ‘사랑반’이라는 특수학급이 있습니다. 발달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공부하는 교실입니다. 오전에는 나이에 맞게 일반 학급에서 함께 공부하고 오후에는 ‘사랑반’ 교실에서 특수학급 선생님의 지도로 공부합니다. 처음에는 사랑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좀 어색하고 불편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6년 동안 함께 생활해보니 사랑반 친구들도 우리와 똑같은 초등학교 학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마음이 조금 아파서일 뿐, 그림 그리고 책 읽고, 함께 뛰어놀고, 시험도 보고, 체육대회도 하고, 소풍가서 즐겁게 놀고,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들입니다. 아니 오히려 거짓말도 안하고 다른 사람을 모함하지도 않고 이유 없이 괴롭히거나 누구를 왕따 시키지도 않는 더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입니다.
만약 우리학교에 사랑반이 없었다면 저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장애, 비장애 학생 구분 없이 함께 공부하는 야탑초등학교에 부는 새바람, ‘사랑합니다!’ 바람이 전국의 모든 학교에 불어서 왕따나 괴롭힘, 폭력이 없는 즐거운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혜린 나누리기자 (야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