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푸른누리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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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애정남’이 대세라고 하네요. 이 코너에선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가 등장해 살면서 그 기준이 모호한 것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애정남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은 이렇습니다. 예컨대, 친한 친구의 기준을 얘기하면서 친구 집에 놀러가는 것만으로 친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바나나나 비싼 음료수를 마음대로 뜯어먹을 정도는 되어야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 “이거 먹어도 돼?”라고 물어보면 친한 게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푸른누리 기자들도 기사를 쓰면서 애매하다고 얘기하는 사항들이 참 많죠. 그 중 하나가 바로 기사에 사실과 감정 전달을 어느 정도로 반영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입니다. 특히 일기쓰기와 기사작성에 대해 혼란스럽게 느끼는 기자들이 꽤 많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편집진이 애정남을 대신해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일기는 사적 글쓰기, 기사는 공적 글쓰기
일기와 기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는 ‘기록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텍스트나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사실과 생각들을 적어나가는 것이죠. 다음으로 일기쓰기든 기사작성이든 오랫동안 쓰게 되면 사고력이 깊어집니다. 일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곰곰이 되짚어 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일기를 쓰고, 기사작성법을 배우면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시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죠.
하지만 일기와 기사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일기는 사적인 글쓰기인데 반해, 기사는 공적인 글쓰기입니다. 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물론 사실적인 내용만 쓸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기엔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본인이 쓰고 싶은 얘기만 글로 남기면 됩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고 작성하기 때문에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생각과 느낌이지요. 그러나 기사는 전혀 다릅니다. 기사를 쓰는 사람들을 기자라고 하지요.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면 독자는 기사를 보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알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취재하는 학교 안팎에서 있었던 사건, 현장 탐방을 통해 취재한 사건,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던 내용들이 모두 기사거리가 됩니다. 그러므로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기사들은 그 내용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기자로서 감정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야
그렇다면 ‘일기쓰기와 기사작성은 어떻게 다른 것이냐’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핵심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어떤 자격으로 글을 쓰느냐. 둘째, 어린이 기자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 일기쓰기는 개인 차원의 일이고, 기사작성은 기자로서 하는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기쓰기는 개인적인 활동으로 사실이 됐건 감정이 됐건 형식과 내용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사작성은 공적인 활동으로서 글을 쓸 때,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고, 감정 표현도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기사에서 허위 사실이나 잘못된 정보가 나오면 독자들은 거짓 정보를 접하게 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감정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야 되는 이유도 기자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기사에서 ‘OO 탐방을 가서 기분이 좋았다’ ‘OO 취재를 갔는데 재미있었다’ ‘OO가 안 좋아서 싫었다’ 등은 단순한 느낌을 표현한 것밖에 안 됩니다.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감정 표현이 이어져야 합니다. ‘OO 체험을 해 보니 OO 측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OO 취재를 통해 OO 점이 중요해서... OO한 소중한 추억과 경험으로 남았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야 합니다.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사를 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누리 기사에서 기자의 감정 표현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은 푸른누리 기자들은 전문적인 기자 활동보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꿈을 발견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이런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 목표기 때문입니다. 현장탐방, 자율취재, 동행취재, 인터뷰 등 다양한 취재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기사에 녹여내면 어린이 독자들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취재한 내용을 단순히 요약 정리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독자 입장에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기사가 되어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애정남’의 인기비결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사를 써야 하겠죠? 자, 이제 정리해 보면, 푸른누리 기자들은 취재한 사항을 바탕으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독자들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써야 합니다. 기자의 감정에만 매몰되서 기사를 쓰다보면 독자들은 절대 공감할 수 없습니다. 푸른누리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기자와 독자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취재하는 시간이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되고, 취재 과정에서 얻는 정보와 기사로 표현된 글들이 여러분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김준환 푸른누리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