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101호 2월 21일

과학향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KISTI

추천 : 709 / 조회수 : 14239

뉴스 공유하기 C
					로그 미투데이 트위터 Facebook

남극 세종기지, 펭귄낙원 만든다

남극을 처음 찾은 이방인의 눈을 끄는 낯선 동물 ‘펭귄’.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에는 펭귄들의 집단 서식지 ‘펭귄마을’이 있다.


세종기지에서 남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해안가 언덕에는 젠투펭귄, 턱끈펭귄 등 조류 14종이 살고 있다. 턱끈펭귄 2900쌍, 젠투펭귄 약 1,700쌍, 갈색도둑갈매기 10쌍 등이 사는 조류의 천국이다. 맨땅에 둥지를 트는 턱끈펭귄과 젠투 펭귄에게 펭귄 마을은 알을 낳기에 이상적인 서식지로 손꼽힌다.


남극에서 눈이 녹는 몇 안 되는 곳인 이 마을은 해마다 여름이 찾아오는 11월부터 2월 산란하는 펭귄들로 북적거린다. 이리저리 먹이를 주워 나르는 수컷펭귄, 갓 태어난 새끼 펭귄들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진풍경을 이룬다. 한눈에 봐도 영락없는 펭귄의 낙원이다. 펭귄의 이웃사촌들도 살고 있다. 남극제비갈매기, 남극도둑갈매기, 윌슨바다제비 등 조류들도 펭귄과 함께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델리 펭귄과 남극가마우지 등 5종의 조류와 코끼리해표와 웨델 해표가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펭귄마을은 대표적인 극지 식물의 낙원으로도 손꼽힌다. 이끼를 비롯해 각종 지의류, 현화 식물 등 식물 88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새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남극 좀새풀 같은 꽃이 피는 식물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남극에 불어 닥친 환경 변화는 평화롭던 펭귄 마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는 평균 0.6도 상승했고, 남극은 평균 2.5∼2.6도 올라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특히 세종기지가 있는 서남극은 지역에 따라 100년간 3.4∼5.7도 올라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세종기지가 1989∼2005년에 관측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100년 뒤면 1.7도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극을 다녀온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에 따르면 실제 남극 기지 앞 바다는 몇 년 동안 겨울에도 얼지 않거나 ‘살짝 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겨울만 되면 기지 앞 메리언 소만과 맥스웰만이 꽁꽁 얼어붙어 10km 건너 아르헨티나 기지까지 설상차를 타고 다니던 1990년대 초와는 극명히 대조되는 상황이다. 기지에서 약 4km 떨어진 메리언 소만의 빙벽은 지난 50년 동안 1km가량 사라졌다. 그중 절반은 최근 10년 새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빙벽이 사라지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이 찾아오는 12∼2월이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무너져 내린다.


펭귄의 쉼터로 활용되던 빙하와 빙붕이 이처럼 녹으면서 펭귄은 생존에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먹이를 찾다 지친 어린 펭귄이 쉼터를 찾지 못해 죽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고 남획(濫獲, Over catching)이 계속되면서 주식인 크릴이 줄어들어 굶어 죽는 펭귄도 생기고 있다. 생존 경쟁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올해 초 남극을 다녀온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을 포함해 남극 전역에서 펭귄 개체수가 줄었다”며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펭귄마을에 사는 펭귄수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남극반도 최북단 앤버스섬에 사는 아델리 펭귄 개체수가 최근 25년간 3분의 2로 줄었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아델리 펭귄은 남극에 사는 펭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종에 속한다.


남극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국제 공조도 최근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그런 노력 중 하나가 남극 일대에 조약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남극특별보호구역(ASPA)’을 지정하는 것이다. ASPA에 들어가려면 해당 지역을 관리하는 국가가 마련한 지침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ASPA에는 연구 목적 이외의 출입이 제한되고 설상차 등 동력을 이용한 운송 수단이 금지되는 등 엄격한 보존 조처가 내려진다.


시름을 앓던 세종기지 인근의 펭귄마을에도 얼마 전 희소식이 날아왔다. 지난달 17일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제32차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는 한국이 제안한 ASPA지정 신청을 최종 승인했다. 정부는 2007년 펭귄마을이 자리한 킹조지섬 바턴반도의 나렙스키곶에 대한 생태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 이곳을 ASPA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남극조약 사무국에 제출했었다. 이에 따라 펭귄마을은 ASPA로 선정된 71번째 지역, 한국은 ASPA를 관리하는 15번째 나라가 됐다.


당사국 회의의 결정에 따라 한국은 앞으로 펭귄마을에 대한 출입 관리와 생태 보존 관리 책임을 맡게 된다. 한국 정부가 제출한 관리 계획에 따라 각국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과학자들에겐 누구에게나 출입이 허용된다. 5년마다 한 번 씩 펭귄마을에 대한 생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국제사회에 보고할 의무도 져야 한다. 그렇다고 펭귄마을이 한국의 주권이 통하는 영토가 된 것은 아니다.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은 남극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펭귄마을에 대한 관리권 확보는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문 연구에서 그간 극지 식물과 해양 미생물에 국한된 연구 주제를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펭귄’ 등 희귀 극지 동물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는 펭귄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한 명도 없다. 펭귄마을에 대한 지속적인 생태 조사와 관리를 하다보면 외국에만 의존하던 희소 학문에 대한 관심도 따라서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번 관리권 확보에 이어 올해 9월 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호’가 취항하고 2011년까지 남극 대륙에 제2과학기지 건설이 끝나면 지구상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寶庫)’ 남극을 둘러싼 총성없는 외교전에서 한국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온다. 환경부는 올 하반기 중 펭귄마을의 운영계획을 남극조약 사무국에 제출하고 올해 말부터 펭귄마을에 대한 본격적 관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남극의 개발과 환경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종기지에서 활동 중인 대한민국 과학자들의 역할에 한층 더 큰 기대를 해 본다. 인류전체를 위한 봉사자로서의 역할과 미래의 자원을 확보를 위한 높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 글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 출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향기’

위 기사의 사진 / 동영상은 CCL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KISTI

추천 리스트 프린트

 
 

 

렌즈속세상

놀이터


Template_ Compiler Error #10: cannot write compiled file "/web/webapp/data/ipress/iprdata7/e3/school.president.go.kr_paper/template/kr/_compile/group/114/1/bottom.htm.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