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희 나누리기자 (상해한국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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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냠냠! 이야, 다 먹었다. 친구들아 나 먼저 체육관에 갈게!"
"철수야, 기다려! 내가 뛰어갈게. 잠시만 기다려줘, 같이 가자!"
중국에 있는 상해한국학교 급식실에서 자주 오고 가는 대화가 대부분 이렇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급식을 다 먹으면 약 30분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그 자유시간동안 체육관 자리를 좋은 곳을 맡아 두거나, 놀기에 좋은 장소를 먼저 가기 위해서 친구들은 급실을 다 먹고 잽싸게 뛰어서 급식실을 나선다. 잠깐, 이 글에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위의 내용대로 급식실에서 행동하다 보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잘못된 행동이 있다. 바로 ‘뛰기’!
급식실에서 많은 친구들이 급식을 다 먹고 나서 빨리 급식실을 나서기 위해 뛰어다닌다. 하지만 바닥이 미끄러울 뿐더러 식판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나만의 이익을 생각해서 뛰다 보면 잘못 부딪혀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 학교에서는 <자율봉사대>를 만들었다. <자율봉사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이 참여 할 수 있는 봉사대이다. 한 학급에 여자 두 명과 남자 두 명의 희망자를 뽑아서 일주일동안 돌아가며 봉사를 한다. 여기서 봉사란 ‘뛰지 마세요’ 와 ‘천천히 걸어요’ 등의 팻말을 들고 급식실에서 30분동안 서 있는 것이다. 그저 서 있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뛰는 학생들이 있으면 "뛰지 말고 걸어다녀~" 라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것이 봉사단의 역할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고 급식실을 다니면서 봉사하는 언니, 오빠들 그리고 친구들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았었다. 봉사단이 있는 곳에서는 걷고 다른 곳에서는 뛰어도 되니까 봉사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또한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했었다.
개학식날, 우리반은 6학년 1반으로서 처음으로 봉사단을 뽑아야 했다. 선생님께서 "자율봉사대가 되어서 일주일동안 봉사할 사람 손들어 보세요!" 라고 말씀을 하시자 우리반 교실은 아무도 나서는 친구들이 없었고 선생님께서는 난감해 하셨다. 친구들도 자유시간에 봉사나 하는 것은 싫다고 하며 눈치를 살폈다.
침묵의 시간이 잠시 흐르고 두 명의 남자아이들이 번쩍! 하고 손을 들었다. 순간 선생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이 아이들과 같이 열심히 봉사하며 뜻깊은 한달을 시작해 볼 여자친구들?" 하며 말씀하셨다. 나는 마음이 흔들렸고 뒤에 앉아 있는 단짝친구에게 살짝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나의 단짝 친구도 하고 싶었는지 먼저 "우리 할래?" 하고 말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 둘은 힘차게 손을 올렸다.
이렇게 나는 어느새 <자율봉사대>의 봉사단이 되어 있었다. 봉사대로서 친구들보다 급식을 먼저 먹고 상해한국학교 목걸이를 한 다음 팻말을 들었다. 아직 썰렁한 급식실에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도 나지 않을 뿐더러 쳐다보는 학생들의 눈을 보고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괜히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그것도 잠시 학생들이 급식실로 들어오고 선생님들께서도 급식을 드시러 들어오시면서 우리들을 발견하셨다. 나는 얼떨결에 웃으며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하게 되었고 선생님께서도 웃으시며 "안녕! 열심히 하렴." 하고 응원을 해 주셨다. 별 것 아니었지만 그것마저도 너무 행복했다.
본격적으로 봉사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들어오고 10분정도가 지나자 급식을 다 먹고 나가려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예쁘게 걸어가는 동생들도 많았지만 우리들을 보고도 쌩쌩 달리는 학생들도 너무 많았다. 그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는 팻말을 더 꽉 잡고 "뛰지 말고 걸어다녀." 하고 말을 하였다. 그것이 익숙해지자 정말 다치지 말라는 생각으로 진심으로 봉사를 하게 되었다.
봉사가 끝날 무렵 친구들과 나는 학생들이 없는 급식실 의자를 식탁에 가지런히 넣었다. 지저분했던 급식실이 한결 정리가 되고 깨끗해 보이는 것 같아 왠지 기뻤다.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더니 정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 후 일주일동안 나는 언제나 똑같은 점심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하호호 웃으며 신나게 자유시간을 보내진 못했지만 뜻깊은 봉사를 하며 나 스스로 행복하고 뿌듯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옆에서 같이 봉사하는 친구들도 모두 한마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힘든 봉사였지만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멋진 <자율봉사대>였다. 매일 봉사대를 볼 때마다 나의 그 기억이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봉사대를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급식실에서 예쁘게 걸어 다녀야겠다는 것과 봉사하는 것은 나에게 뜻깊은 행복을 준다는 것 꼭 언제나 잊지 않아야겠다.
채지희 나누리기자 (상해한국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