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영 기자 (회천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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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 독가스, 유대인 학살, 나치, 히틀러와 제2차 세계대전……. 소름이 끼치는 무서운 단어들이다. 안네가 나치와 히틀러의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은신처 생활을 하는 동안 기록한 일기에 나오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나는 ‘안네의 일기’를 오래 전에 알았다. 네덜란드에 다녀오신 엄마께서 ‘The diary of a young girl Anne Frank’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는데, 책의 표지가 지루해 보여서 오랜 시간 동안 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봄을 맞아 책장 청소를 하시던 엄마께서 날 부르시고 꾸중을 하셨다. 그리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해 주셨다. 3학년 때도 읽었던 책이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더 깊고 자세하게 알고 싶어진 나는 여러 안네의 책들을 정독하게 되었다.
1942년 6월 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안네가 쓴 일기를 읽다 보면,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고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좁은 방에서 하루하루 숨을 숙이며 살아가야 했을 안네를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 조금만 더 견딜 수 있었다면 살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안네는 은신처인 비밀장소에서 8명의 다른 가족들과 생활하는데, 그중 페터와 치과의사가 좀 인상적이다. 안네의 남자친구인 페터는 건방지고 게으름뱅이였지만, 긍정적인 안네를 통해 배려심도 많고 착한 아이로 변하게 된다. 치과의사인 뒤셀씨는 학식이 많은 치과의사지만 그리 훌륭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책상에서<그리스 로마신화>를 읽고 있는 안네에게 갑자기 나타나 화를 낸다. 나도 순간 안네처럼 너무 화가 치밀었다. 상냥하게 말했다면 안네도 말대꾸를 하지 않고 탁자를 양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읽다보니 그 상황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숨어사는 생활이 너무 힘들고 갑갑하다 보니 뒤셀씨가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네의 비밀장소에서는 따뜻한 음식도 못 먹고, 소리가 밖으로 나가면 안되기에 기침 소리도 조심해야하고, 목욕탕도 없어서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목욕하고, 초인종 소리만 울려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렇게 답답하고 무서운 은신처 생활에서도 꿋꿋이 작가의 꿈을 가지고 일기를 쓴 안네를 본받고 싶다.
내가 외동딸이어서 그런지, 우리 가족은 아주 많은 사랑과 권한을 내게 주었다. 그럼에도 불만도 많고 요구도 많다. 마음대로 놀지도 못하고, 예쁜 옷도 입지 못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먹으며 항상 생쥐처럼 숨죽이고 떨면서 살아야했던 안네에게 내 자신이 부끄럽고 아주 많이 미안하다.
요즘 들어 고학년이 되어 할 일이 많아진 탓인지 평소에 즐겨 쓰던 일기를 종종 빼먹곤 한다. 하지만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꿈을 가꾸어간 안네처럼, 나도 나의 생활들을 하루하루 기록해나가며 반성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시 정진해야겠다. 또한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져야겠다.
기회가 되어 유럽에 가게 되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안네의 집을 꼭 들러보고 싶다.
엄선영 기자 (회천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