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 기자 (손곡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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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니 5교시가 음악시간이었다. 나는 안절 부절 못했다.
‘하... 이를 어쩐다? 분명 소정이는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이용해서 선생님께 합창부에 넣어 달라고 요청할 것이 뻔한데. 하지만 나는 과연 합창부에 들어갈 권리가 있을까? 아니, 그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저 그 날라리들이 많은 합창부가...’
나는 머리가 아픈 것을 잊으려고 크게 소리를 외쳐 버렸다.
"싫다고!"
아! 그 때, 소리를 지른 순간이 지나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도대체 나는 그 때 왜 소리를 지른 것일까. 큰일이다. 곁에 날라리 언니들이 있었는데. 어쩌지? 난 분명히 찍힐 텐데!
언니들은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한심하다는 듯이 콧방귀만 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언니들 두 명 중 빨간 티셔츠를 입은 언니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야, 꼬맹이. 뭐가 그렇게 싫어서 소리를 지르고 다녀?"
"..."
"대답!"
아, 6학년 날라리들의 압도적인 이 기술. 바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말문이 막혀 그 언니의 티셔츠 무늬만 멍하니 바라 보았다.
"이상한 아이네. 왜 물어보는 것에 대답을 안 해?"
"죄.. 죄송합니다."
뭐, 죄송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지금 여기서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했다. 무조건 용서를 빌고, 한 번만 봐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 하지만 너무 쪼그라 들지 않는 것. 그것이 살아남는 법이다.
"앞으로는 좀 조용히 하고 다녀라, 엉?"
".."
빨간 티셔츠 언니 옆에 붙어 있던 줄무늬 회색 티셔츠를 입은 언니는 가자는 듯이 그 언니의 팔목을 끌어 당겼다. 언니들은 나를 잠시 째려보고 돌아서더니,
"너, 몇 학년 몇 반이야?"
"저... 4학년 6반이요..."
언니들은 뭐라고 키득거리면서 복도를 지나갔다.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자 나는 휴, 하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언니들이랑 대화를 할 때에는 몰랐는데, 나는 내가 지금 몹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머리가 심하게 아픈 탓에 입술을 꼭 깨물고 반으로 들어가 의자 위에 주저 앉았다.
박서영 기자 (손곡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