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윤 기자 (이담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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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은 아무래도 궁금했다. 도대체 ‘편견’과 ‘자랑’ 이 어떤 관계일까? 결국 선생님의 다음 말씀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의 답변을 들을 때까진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신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혼자서 생각을 해야 되는데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효림은 무슨 말이라도 좋다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듯 했다. 그때 머릿속에서 무언가 펑 터졌다. 그리고선 미처 손을 들 틈도 없이 효림의 입에서 말했다.
"누구나 가진 걸 내세워 보이고 싶은데 그 마음이 편견을 만드는 것 같아요."
오호! 이거 그럴 듯 한데? 효림은 스스로에게 놀랐다. 역시나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일심동체처럼 "오~"하고 야유를 부리듯 말했다. 이러는 경우는 처음인지라 효림은 쑥쓰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효림의 입이 움직인 건 마치 마술 같은 일이지만 그것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왜냐하면 왜 가진 걸 자랑을 하고 싶을까 또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효림은 또 고민에 빠졌다.
"효림이가 핵심을 잘 짚어주었어. 사람들은 남들이 가진 걸 가지고 있으면 마치 자기가 잘난 듯 뽐내고 싶어하지.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항상 잘 나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지."
"아, 참! 내 정신 좀 봐, 5분이나 늦었잖아. 오늘은 교과서에도 없는 수업인 거 알지? 그래서 계속 기억하라고 일기장에 오늘 수업하고 나서 느낀 점 등등을 적어 주는 게 숙제고 이상!"
그날 저녁, 효림은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교과서를 가지고 원래 수업 진도를 나가야 되는데 도덕 같은 수업을 진행한 걸까? 그런 거라면 도덕 전담 선생님과 지겹도록 배우게 될텐데··· 그렇게 선생님이 내 준 숙제를 하기 위해 일기장을 펴니 머리가 아파왔다.
한참 동안 일기장만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계속 시간이 흘러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여태 숙제는 모두 엄마 몫이라 혼자 숙제를 하자 답답했던 마음이었다.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겠지. 간식 갖다주러 오셨나보다’하고 이번엔 일기장이 아니라 일기장 옆에 쌓아진 책들 위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상하다 아무것도 안 왔다.
덥석! 그때 효림의 두 볼이 누군가의 손에 하나씩 잡혔다. ‘어라? 엄마면 간식 주고 그냥 가시는데 누구지?‘싶어서 위를 올려다 보니 아빠였다.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하신 모양이었다. 효림은 아빠에게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턱에 난 수염만 만지작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아빠가 효림에게 말했다.
"효림이 너는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해 준 게 무슨 뜻일 거라 생각하니? 아빠 생각엔 말이다. 아무래도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 차별이 이루어지나 보지? 친구 사이에 차별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같구나. 모두 같이 사는 세상을 패러디하면 ‘모두 같이 친한 친구’란 거지.
그날 밤, 선뜻 잠이 오지 않았다. 후유, 아빠의 말뜻이 무엇일까 효림의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교훈까지. ‘모두 같이 친한 친구’라, 효림은 이제 알 것 같았다. 이 세상에 있는 차별은 모두 핑계일 뿐이란 걸. 그리고 드림즈 펠리스, 달동네를 포함한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는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걸. 그리고 이제부턴 차별이 없어져야 된 다는 것을.
정서윤 기자 (이담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