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지구사랑 작품 공모전’ 안내를 해주셨을 때, 갑자기 가슴이 설렜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기자의 집은 조금 특별합니다. 띠 동갑인 형이 한명 있는 것도 특별하고, 기자가 우리 집 늦둥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부모님의 나이가 또래 친구들의 부모님에 비해 조금 많은 것도 특별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자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4학년이 되어 짜증이 부쩍 늘어나고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기자를 위해, 어머니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책 몇 권을 선물해주시며 그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주십니다. 그런 어머니가 계셔서 참 행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표지부터 특별한 ‘지구사용설명서’라는 책 한권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 책을 어머니와 함께 읽으면서 왜 어머니께서 이 책을 읽어주시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는 점점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뿐 아니라 이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나만 편하면 되지, 나 하나쯤이야, 내가 편하게 사용한 종이컵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며 어렵고 힘든 것보다는 편한 것을 더 좋아했던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어머니께서 ‘잔소리’ 대신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인 것입니다.

이 책 한권으로 기자가 변했고, 우리 가족 모두가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작은 규칙 세 가지를 정해놓고 그것을 한 달에 한 번씩 점검받도록 하셨습니다. 규칙을 잘 지키면 칭찬 스티커를 꿈나무에 붙여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십니다.

기자의 집은 난방비가 작게 나오기로 동네에서 유명한 집입니다. 오죽하면 관리실 아저씨가 사람이 안사는 집인 줄 알고 직접 점검을 나오시기도 합니다. 한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우리 집 실내온도는 19도를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자가 감기를 달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난방비를 아끼는 대신 어머니는 ‘어머니 표 조끼와 덧신’을 만들어 날씨가 추우면 그것을 입게끔 해주십니다. 그리고 바닥에 담요 한 장을 깔아두면 조금 춥다싶긴 하지만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우리 어머니의 작은 규칙 중 하나입니다. 그 규칙 덕분에 기자의 다리가 더 건강하고 튼튼해져, 이제는 달리기를 아주 잘하고 좋아하는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기자가 가장 지키기 어려운 세 번째 규칙은 바로 ‘고기 덜먹기’입니다.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기자지만, 어머니가 정한 ‘작은 규칙 세 가지’ 덕분에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점점 길러가는 중입니다.

이처럼 어렵고, 힘들고, 불편하게 생각되었던 우리 가족의 ‘작은 규칙 세 가지’가 기자를 변하게 하고 우리 가족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동네의 많은 분들이 이제는 어머니의 겨울 나기 비법을 이해하고 함께 동참해주시곤 합니다. 어머니께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조끼와 덧신을 가까운 이웃들에게 선물해주시곤 합니다.
건강을 위한 작은 실천은 기자를 더욱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시켜주었습니다. 지난 달에는 꿈나무에 칭찬 스티커를 50개나 붙이기도 했습니다. 기자의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시작했던 우리 가족의 작은 실천이 더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변하게 해주었던 것처럼, 더 많은 이웃과 친구들이 함께 이해하고 동참해주면 좋겠습니다.

기자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를 기자의 아이들, 그리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기자도 이 다음에 ‘잔소리’ 대신 좋은 책 한권을 마주보며 읽어주는 그런 부모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을 건강하고 지혜롭고, 또 밝은 모습으로 키워낸 훌륭한 부모이고 싶습니다.

강대언 기자 (대구계성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