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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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점빵 할머니의 유혹을 뿌리치고 돌아섰던 그날 영수는 밤늦게까지 사회공부를 할 결심을 했지요. 더 이상 백점빵 할머니의 꾐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자기 실력으로 백점을 맞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녁을 먹자마자 책상에 정자세를 하고 앉은 채로 사회책을 펴는 순간, 딩동하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어요. 알고 보니 사촌형이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일부러 연락도 안하고 찾아온 거였어요. 더군다나 사촌형은 바로 내일이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는 말을 했어요.
영수는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죠. 너무 고민이었죠. 남은 사회공부를 마저 해야 했지만 내일이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사촌형이 찾아왔는데 형을 외면한 채 책만 펴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결국 영수는 사촌형과 함께 오랫동안 쌓인 수다를 떨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어요.
때르릉 때르릉,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잠이 깼을 때는 이미 학교에 갈 시간이 되고 말았어요. 어제 학교에서 열심히 하긴 했지만 시험범위의 절반은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었죠. 아찔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영수의 귀에는 염라대왕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죠.
“내일 사회 쪽지시험 본다. 열 개 낼 텐데 한 문제 틀릴 때마다 꿀밤 한 대씩이다.”
핵폭탄에 가까운 꿀밤을 맞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죠. 영수는 아직도 자고 있는 사촌형을 둔 채 밥도 먹지 않고 학교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세상에 백점빵 할머니가 학교 교문에서 뭔가를 소리치고 있었어요. 영수는 할머니와 눈도 마주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교문을 지나갔죠.
“시험지를 받은 후에도 백점을 빌면 백점을 맞게 해준다. 하하하하.”
백점빵 할머니의 기묘한 소리였어요. 아무리 고개를 숙여도 피할 수 없는 할머니의 목소리, 영수는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교실로 들어갔지요.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사회책을 펴려는 순간 염라대왕이 무서운 얼굴을 한 채 교실로 들어왔어요.
“자, 다들 책 넣어라. 지금부터 쪽지시험 볼 거야.”
아이들은 웅성거렸지요. 그 와중에 용감한 반장이 손을 들고 물었어요.
“선생님, 사회는 4교시잖아요. 아직 멀었는데.”
“그랬지. 하지만 내가 너희 담임선생님한테 말해서 바꿨다. 분명히 어제는 놀고 학교 와서 공부하려는 놈들이 있을 것 같아서. 어서 책 넣어. 그리고 쪽지시험 대신 내가 준비한 시험지로 시험을 보겠다.”
그 순간 아이들은 모두가 하나 되어 외쳤어요.
“네?”
“네는 무슨. 자 쪽지시험은 10문제, 하지만 시험지의 문제는 모두 25문제, 결국 25개 다 틀린 놈은 꿀밤 25대다. 하하하.”
이 무슨 악몽일까요. 영수는 정말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지요. 그순간 영수는 하나님은 결코 학생 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 그 생각은 사회 시험지를 받아드는 순간 더 확실해졌지요. 시험문제는 한마디로 염라대왕이 뽑은 최고수준문제로 이뤄져 있었죠.
“자, 하나 틀릴 때마다 꿀밤 한 대씩이니까 잘들 풀어라.”
영수는 온 정신을 집중해 시험지를 노려봤지만 절반도 못 풀게 뻔했어요. 최소 12대 이상의 꿀밤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었죠. 결국 영수는 다시 백점빵할머니가 외치던 그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죠.
“시험지를 받은 후에도 백점을 빌면 백점을 맞게 해준다. 하하하하.”
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지요. 영수는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었고요. 반절도 제대로 풀지 못한 사회시험지에는 영수의 걱정과 두려움이 쌓여가고 있었지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