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1화
"눈이다!"
소리반 아이들은 점심을 먹다말고 창문을 내다보았다. 하얗고 뽀얀 눈이 운동장에 쌓이고 있었다. 1층에서 공부하는 1,2학년들은 벌써 밖에 나와 놀고 있었다. 소리반 아이들도 시끌벅적했다. 평소에 말이 없어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하얀이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늘만큼은 신나게 뛰어놀기로 다짐했다. 신발주머니를 들고 신발을 갈아 신던 중, 낯익은 목소리가 하얀이를 불렀다.
"야, 얼음공주 납신다, 길을 비켜라!"
평소에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한바람이었다. 하얀이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남자 아이들은 죄다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상에, 웃다니! 공주마마, 앞으로 나오시지요."
하얀이는 1학기동안 숨겨왔던, 신나게 뛰어놀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하얀이네 반 여자아이들은 하얀이를 놀렸다. 자신들은 단 한 번도 남자애들과 그리 친해본 적이 없는데, 말없던 애가 어떻게 인기가 많은지 질투했다. 그 중 대표적인 아이는 하리였다. 하리는 지금껏 인기투표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하리는 왜 하얀이가 인기가 많은지 살펴보기로 했다.
밤 11시 30분, 하리는 공책을 꺼내서 하얀이를 정리해 보았다. ‘채하얀’이라고 크게 쓴 뒤, 차근차근 써 내려갔다. ‘눈은 크고, 코는 높음. 머리는 자연 레드 브라운. 피부는 좋다.’ 그리고 인터넷을 켠 뒤, 인기 테스트를 해 보기도 했다.
다음날, 하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등교를 했다. 평소에 하리를 잘 따르는 친구 3명과 수다를 떨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하리를 여전히 좋아하는 준이는 말을 걸어보려는 찰나, 바람이가 와서 말했다.
"야! 문하리도 얼음공주, 아니, 채하얀 패러디한다!"
하리는 울 뻔했지만 한편으로는 놀랐다. 한바람이 채하얀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웬만하면 한바람은 여자애들을 별명으로 부르는데 이상했다. 하얀이는 드라마틱한 그 순간에 들어왔다. 하지만 뭔가 달라보였다. 치마만 입던 하얀이가 스키니 진에 노란색 야상까지 입고 있었다.
"채하얀! 옷 샀냐?"
입을 연 것은 천지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 하얀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리 자리로 가서 공책하나를 건네줄 뿐이었다.
박소영 기자 (서울동자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