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레 미제라블’을 읽고
소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 소설은 ‘장발장’이라고도 불린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영화나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어 세계 4대 뮤지컬로도 꼽히는 세기의 명작이다. 최근에는 멋진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 중이기도 하다.
‘레 미제라블’의 시작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한 조각의 빵에서부터 비롯된다. 주인공 장발장은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치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갈 엄청난 후폭풍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장발장은 현장에서 바로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계속된 탈옥 시도로 그는 19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이라는 틀 안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이쯤에서 우리는 왜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장발장이 19년을 감옥에서 지냈어야만 했는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화려한 모습과는 정 반대되는 세상, 그 속에 숨어있는 시대상을 통해 소설 ‘레 미제라블’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중년이 되어 초췌해진 장발장은 19년간의 긴 형량을 마치고 출감한다. 그런데 세상은 죄수인 장발장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회로부터 버려진 그가 할 수 있었던 게 과연 무얼까? 거리를 떠돌던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겨우 묵게 되는데, 이 소중한 인연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잠자리를 마련해준 호의를 저버린 채 은촛대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한 미리엘 주교, 그가 아니었다면 장발장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회로부터 고립되었던 장발장에게 찾아온 이 큰 사랑은 이후 장발장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한다. ‘마들렌느’라는 새 이름으로 사업을 해 성공한 장발장은 사람들의 신임을 얻게 되어 시장이 되는데, ‘레 미제라블’을 읽으며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쉽게 변하기 어려우며, 모두가 장발장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리엘 주교가 품어준 사랑으로 인해 마음을 고쳐먹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이 장면이 ‘레 미제라블’의 내용 중 최고의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선행을 베풀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발장에게 또 하나의 복병이 찾아온다. 은촛대를 훔쳤을 당시 장발장을 체포했던 자베르 경감과의 재회이다. 자베르 경감은 끈질기게 그를 괴롭힌다. 승승장구하던 장발장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선과 악의 구도는 이렇게 장발장을 계속 따라다니며 장발장은 또다시 감옥으로 가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장발장으로 오인된 사람이 붙잡히는 사건이 벌어진다. 장발장이 그를 모른 체 했다면 앞으로의 인생도 달라졌을 텐데, 그는 두 갈래의 길에서 힘든 결정이지만 의로운 진실의 길을 선택한다. 장발장으로 오인돼 아무 연관도 없는 이가 수감되는 모습을 보며 조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것일까? 그것이 아마도 장발장을 진실의 길로 이끈 것이라 생각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며 사업가로 성공해 시장이 된 장발장은 예전에 자신 때문에 해고되었던 여공 팡틴느의 딸 코제트를 양녀로 입양한다. 당시 혁명군이었던 청년 마리우스는 코제트를 사랑하게 된다. 이 때 혁명군을 몰아내려 눈에 불을 켜고 추격하던 자베르 경감을 장발장이 구해주게 된다.
이 부분에서 추격전을 벌이다 입장이 뒤바뀐 자베르 경감의 심정이 궁금했다. 자베르 경감은 세느강을 걸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토록 죄인으로만 내몰며 증오의 칼날로 잡아야만 했던 장발장의 도움을 받고, 또 다시 놓아주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참다운 양심을 지닌 장발장을 보며 인간 본연의 측은한 마음 혹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은 아닐까? 자베르 경감은 차가운 세느 강에 몸을 던지며 칠흑 같은 어둠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았을까?
장발장은 코제트와 결혼한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한 뒤 결국 숨을 거둔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행복을 위해 떠나는 장발장의 부성애는 참으로 대단했다. 자신의 딸도 아닌데 과거로 인해 상처를 받을까 우려했던 장발장을 보며, 사위 마리우스는 혁명군으로 활동할 당시 자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 장발장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장발장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빵을 훔치다 19년을 복역한 장발장이 세상을 향한 증오로 가득 차 있을 때, 그의 손을 잡아 준 미리엘 주교의 따뜻함. 그 따뜻함이 타인을 배려하며 베푸는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자베르 경감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레 미제라블’은 화려하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인간 본연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통찰과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난한 자거나 부유한 자거나, 혹은 범죄자이거나 저명인사거나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지영 나누리기자 (명덕여자중학교 /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