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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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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민 기자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76 / 조회수 :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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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천재들의 일기-1-

"아가씨, 말씀하신 자료 보고하겠습니다."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있는 나를 향해 비서가 말했다. 비서의 말에 그를 흘깃 한 번 쳐다본 내가 다시 문제에 시선을 박으며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서가 손에 들린 서류를 한 장 넘겼다. 서류의 앞에는 큼지막하게 ‘수료’라고 쓰여 있었다.

"네, 본명 수료, 1999년생으로 현재 16살입니다. 외아들이며 5살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가히 천재로 불리며 살아왔고, ‘미래 영향력이 있는 세계 어린이’ TOP3에 뽑혔습니다. 미국에서는 ‘제임스 수’로, 일본에서는 ‘하야다 료’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나는 수료의 미국식 이름인 ‘제임스’를 듣고, 내 영어 이름인 ‘애나’를 떠올리다가 약간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비서에게 말했다.

"계속 하세요."
"7살 때부터 참가해서 세계대회 수상 경력이 많습니다. 주니어 및 시니어 대회를 30번 참가해 대상만 29번 탔고, 토익은 10살 때 만점, 한자 1급은 7살 때 땄다네요."

내 자존심이 한 순간에 일그러질 위기에 처했다. 내 세계 경시대회 참전 기록은 이번이 처음. 처음 나간 세계 경시대회에서 은상. 물론 한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회들에서 대상을 휩쓸긴 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람? 게다가 이 남자애는 7살 때부터 대회 참가를 했다. 공부에는 뒤지지 않을 자신 있었는데! 그러다 문득 료의 아버지는 일본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라는 기자의 말이 떠오른 내가 다른 질문을 툭 던졌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한국 국적이나 일본 국적으로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이면 미국 국적으로……. 국적을 포기했나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12살 이후로는 설날과 추석마다 빠짐없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올만큼 애국심 짙은 청소년입니다. 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탓에 도움을 주신 분이 미국인이라서 매 경시대회마다 미국 국적으로 참가한대요. 아, 그리고……."

비서가 뜸을 들이다 내가 흘깃 쳐다보니 다시 입을 열었다.

"푸른대학교 이과 수석 입학이랍니다."
"뭐?"

비서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말했다. 푸른대학교에서는, 특히 수학은 단연 내가 1위였는데, 나를 뛰어넘는 자가 우리 학교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고개를 옅게 끄덕이던 내가 문제집 한 가운데에 ‘푸른 대학교 이과’라고 적었다.

"잠깐만! 그런데, 그 정도로 경력이 어마어마하다면 내가 한 번쯤은 봤었을 텐데?"
"저도 조사하다보니까 이상함을 느껴서 가족 관계까지 조사해 봤는데, 어머니는 ‘수 진’, 46세고요, 아버지는 행적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아버지가 안 계신 터라 경제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검정고시를 본 후에 입학이 인증된 거라네요."
"하긴 푸른대학교에 다니려면 돈이 엄청 많이 들지……."

나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문제집 다음 페이지에 ‘검정고시. 입학 인증.’이라 큼지막하게 적다가 연필심을 부러뜨려버렸다.

"지금은 뭐하는데?"
"틈틈이 일하면서 푸른중학교를 다닌대요."
"수준 자체가 안 맞을 텐데?"
"그래도 푸른중학교는 엄청 경쟁률이 높은 곳이지 않습니까."
"아, 맞다. 그런데 푸른대학교에서 장학금을 줘도 되잖아. 장학금은 어디로 가고?"
"저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가씨, 어쨌든 그런 이상한 녀석이랑은 절대 얽히지 마십시오. 회장님께서도 싫어하실 겁니다."

"어, 어, 기사! 잠깐만."

아버지 회사 회의에 참석한 뒤 집으로 귀가하던 길에 기사를 멈춰 세웠다. 검은색 세단이 내 말에 ‘끽’ 소리를 내며 멈췄고, 보조석에 앉아있던 비서가 깜짝 놀라 나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집에 내 우유들 많이 남았나 해서."

나는 우유를 엄청 좋아한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우유를 사랑하는 아이일 거다. 하루에도 5번 넘게 먹어야 적성이 풀린다. 그것도 그냥 우유 말고 딸기, 초코, 바나나 같은 맛이 있는 우유 말이다. 언제부터 우유를 좋아하게 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아서 우유를 마시게 됐는데, 그때부터 맛이 있는 우유들을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내 말을 들은 비서가 ‘또 우유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작은 아가씨께서 오늘 오전에 친구 분들과 함께 왔다 가셔서 아마 남은 우유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박서연 그 계집애가 친구들이랑 왔다 갔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워낙 많이 받는 내 사촌동생 박서연. 박서연은 내 집이 마치 자기 집인 양 하루에도 몇 십 번을 드나든다. 나는 그런 박서연이 싫다. 내가 우유를 먹기만 해도 어찌나 자기도 먹겠다며 욕심을 내는지, 나 몰래 그 여우같은 것이 먹은 우유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다. 나는 이내 가방을 챙겨들고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딸랑-’

"어서 오세요."

카운터에 앉은 어려보이는 남자 직원이 무뚝뚝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고, 내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우유코너로 향했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있는 우유의 일부를 품안에 잔뜩 카운터에 쾅 소리가 나도록 내려놨다.

"이걸 다 드시게요?"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직원에게 눈길 한 번 내비치지 않은 내가 다시 우유코너로 돌아갔다. 약 세 번 정도 우유를 운반한 내가 그제야 직원을 향해 말했다.

"계산."
"전부 다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의 아르바이트생에게 또박또박 "계산"이라고 다시 말했고, 그에 아르바이트생이 우유 하나를 집어 들어 바코드를 찍었다.

"이건 수입이라 비싼데요? 이렇게 많이 살 거면 차라리 500원짜리 사시는 게……."

가뜩이나 박서연 때문에 화가 난 내가 신경질이 나 "계산!"이라고 크게 소리치자 아르바이트생이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리고 허둥지둥 계산을 했다. 눈으로 어림잡아 봤을 때 대략 40개 정도 되는 양이다. 40개면 뭐해, 어차피 8일 버틸까 말까 한 양인걸.

"10만원이요."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내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그러자 아르바이트생이 카드를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들고 이것저것 클릭을 하며 카드를 긁었다. 그 아르바이트생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알바생의 왼쪽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슥 쳐다봤다. 그리고 ‘수료’라는 이름 두 글자에 순간 멈칫했다. 계산하느라 정신없는 아르바이트생을 위 아래로 죽 스캔한 내가 ‘정말 얘가 그 애가 맞나’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결제 방법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앞의 아르바이트생을 분석하는데 정신이 빠져 멍해있는 나를 아르바이트생이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아, 손님?"
"네?"
"결제 방법……."

아르바이트생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내가 그제야 "일시불"이라고 작게 읊조린 뒤, 다시 아르바이트생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렇게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르바이트생을 똑바로 쳐다보고 물었다.

"이 근방 중학교 다니나 봐요."
"아, 네."
"음, 중학교 어디 다녀요?"

나의 물음에 아르바이트생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대답했다.

"푸른중학교요……."

그런데 동명이인일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기로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부모님 성함이 어떻게 되죠?"

봉지에 우유를 열심히 담던 아르바이트생이 순간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나를 주시했다. 그런 아르바이트생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아르바이트생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고, 둘 사이에는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아르바이트생의 한 마디는 조금 뜻밖이었다.

"그만해라, 박서현."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내가 놀란 토끼눈이 되어 그와 눈을 맞췄다. 조금 날카로운 그의 시선에 내가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푸른대학교 최연소 입학생이자 ‘천재소녀’에 최고 기업인 ‘ESH’회장의 딸이라는 이유로 여러 신문에 많이 올라갔다. 아마 이 근방 학생이라면 분명 나를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신분에 부모님 성함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너를 모를 것 같아?"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내가 순간 생각했다. 아마 나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회에서도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넘쳐나니까.

"푸른대 이과 수석 입학. 이번 세계 올림피아드 1위, 제임스 수. 맞죠?"

나의 말을 가만히 듣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 표정은 ‘내 뒷조사를 아주 자세히 했구나.’라는 말을 하는 듯 보였다. 봉지에 우유를 다 담은 수료가 내게 봉투를 내밀었고, 그 봉투를 받은 내가 수료에게 물었다.

"중학생인데 알바 같은 거 하면 불법 아니야?"
"우리 엄마 가게거든?"
"뭐, 요즘 많이 바빠?"

나의 물음에 나를 가만히 쳐다본 수료가 곧이어 ‘아니’라고 대답했다. 수료의 시선은 ‘알아서 뭐하게’라고 말하고 있는 듯 보였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두 쪽 손바닥을 수료 쪽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한 달에 임금 200만 원짜리 일이 하나 있는데……. 해볼 생각 있어?"

아니나 다를까 수료가 솔깃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그에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곧이어 눈동자를 굴리던 수료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게 무슨 일인데……."

입 꼬리를 한쪽으로 치켜세운 내가 말했다.

박은민 기자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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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민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2013-01-18 13:59:35
| 아, 참고로 프롤로그를 먼저 보시고 이 이야기를 보셔야 합니다.(아마 1편이라 헷갈려하시는 분들을 위해...)서현이가 그 뒤에 할 말을 맞히시는 분께는 선물을 드릴께요!(뭘 드릴지 모르겠지만...;;)많은 댓글과 추천, 관심 바래요~!^^
박소영
서울양진초등학교 / 4학년
2013-01-18 15:22:09
| 와우!정말 재미 있네요!!재미있는 동화 감사합니다.
박은민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2013-01-18 22:30:48
| 소영 기자님 정말 감사합니다!프롤로그도 재미있게 보셨는지요?댓글 달아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하고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아, 참.서현이 그 다음에 할 말 ,추리 한 번 해보세요!선물...드린다고 하네요...그...박은민이라는 누군가가...요...)
양현서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2013-01-21 18:45:14
| 박은민 기자님! 소설 소재가 너무 독창적이네요. 기본적인 틀이 잡혀있어서 보기에도 쉽고 좋은 표현들이 많아서 진짜 책을 읽는것 같았어요. 그리고 처음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프롤로그 부터 쭈욱 재미있게 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연재해주세요!! 추천 합니다!!!!!
박은민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2013-01-21 22:11:45
| 정말 감사합니다!!양현서 기자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저도 양현서 기자님 이야기 정말 잘 보고 있답니다~!!얼마나 맛깔나게 쓰시는지요...ㅎ추천이랑 댓글 너무 감사하고요, 양현서 기자님의 재미있는 이야기, 꼭 계속 연재해주기로 약속하시는거예요~!!
이성하
서울가주초등학교 / 6학년
2013-01-29 18:02:53
| 정말 재밌네요 ㅎㅎ
다음 이야기에 료가 무슨 말을 할까요??!!
추천합니다~
박은민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2013-01-31 20:30:57
| 이성하 기자님, 추천과 댓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기대 해주신 점도 정말 감사드려요!
전가은
동구초등학교 / 5학년
2013-02-02 10:54:40
|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추천했습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제 생각에는 자신의 비서일 하는 것 같은 걸 추천했을 듯 한데요 아닌가요?^^
윤혜린
대지초등학교 / 5학년
2013-02-03 17:08:21
|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추천할게요!
박은민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2013-02-03 20:45:29
| 전가은님, 너무 감사합니다! 거의 맞추셨는데요?(어떻게 알았지...?)
박은민
서원주초등학교 / 5학년
2013-02-03 20:43:36
| 윤혜린님, 너무 감사합니다!으허헝(?)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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