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원 독자 (서울영동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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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 따님은 이번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실 생각인가?"
"아빠, 저는 도서관으로 시집갈 꺼예요~ 흐~ 흐~ 흐"
2010년을 살아가는 초등학생들은 참 바쁩니다. 영어학원, 수학학원, 피아노학원, 음악줄넘기, 수영, 바이올린 렛슨 등등,,, 이렇게 짜여진 빡빡한 생활속에서 책 한 권을 편하게 읽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학기중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학교에 행사도 많고 학교 숙제에 학원 숙제까지 완벽히 하고 거기에 중간, 기말고사마저 눈 앞에 있다면 책을 손에 들어 볼 시간이 없을 정도입니다. 학교에서 권장도서를 읽기는 하지만 마음속에 책이 그려지기도 전에 곧바로 독서록을 써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답답하고 쉴 틈 없는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 바로 ‘여름방학’입니다. 여름방학 며칠 전부터 달력을 펴 놓고 도서관에 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때쯤에 엄마, 아빠랑 워터파크에 갈 것이고,,, 이 때쯤에 피서를 가고,,, 캠프랑,,, 학원이랑,,, 이리 저리 빼고 보니 남는 날짜는 방학의 사분에 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독서록 부담에서 벗어나 집 근처 도서관속 책의 바다에서 풍덩풍덩 놀 수 있는 시간이어서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계획으로 여름방학 동안 시간이 될 때마다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관에서 마음껏 책을 읽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집에서 책보기가 어려운 어린이들한테는 더없이 좋은 곳이 도서관입니다. 에어컨을 틀어서 시원하고 책을 얼마만큼 보던지 모두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바다에서 만난 산티아고 할아버지와 함께 태평양에서 황치잡이도 해 보았고 아기 낳기 직전까지 밭일을 했던 왕룽의 아내 오란 아주머니의 엄청난 정신력에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중국에 역사를 배경으로 중국인의 삶을 세세히 표현한 작가가 서양 여성작가인 펄벅이라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소설 대지에서 받은 감동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의 팬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평소에 가졌던 생각보다 훨씬 더 순결한 삶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미국으로 표현된 주홍글씨에서는 양심의 가책으로 마지막 순간에 가슴의 A자를 펼쳐 보이며 죽어간 딤스데일 목사님의 모습에서 죄에 무서움을 다시한번 느끼기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왠지 방탕하고 자유분방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날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된 미국인들에 역사 속에는 청교도들이 가졌던 용기와 순결함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읽고 싶었던 고전 소설을 읽어서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책속에서 느껴지는 시대와 역사의 모습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방학동안 가장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은 도서관에서 보낸 달콤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작가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공간에 들어가 주인공을 만나고 함께 아파하고 즐거움을 나눴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도서관에는 읽혀지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름방학동안 만나지 못한 책들은 겨울방학에 새롭게 만나기를 약속하면서 알찬 방학이 되도록 함께 해준 도서관 신랑과 잠시 이별해야 하겠습니다.
조예원 독자 (서울영동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