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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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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웅 나누리기자 (인천양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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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누리 신춘문예] 마지막 호랑이 <스밀로돈>

비가 온 뒤에는 항상 무지개가 뜬다.

오늘도 스밀로돈은 매머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괜히 지나가던 노루 한 마리에게 화풀이를 해보지만 이제는 노루마저도 그를 깔보는 처지가 됐다.

스밀로돈은 올해로 네살을 맞았다. 스밀로돈의 어머니, 아버지는 스밀로돈이 태어난 지 24개월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스밀로돈이 태어났을 때 즈음에는 스밀로돈의 가족과 공룡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는데, 서쪽 하늘에서 갑자기 운석이 충돌하더니 공룡과 스밀로돈을 아예 멸종시켜 버린 것이다. 그래서 스밀로돈은 가족이 없는 마지막 스밀로돈이 되었다.

마지막 호랑이 스밀로돈이 고기를 먹어본 것은 세달 전이었다. 우연히 덫에 걸린 맷돼지를 훔쳐먹은 것 빼고는 자기의 힘으로 사냥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비가 왔다. 비가 온 뒤에는 항상 무지개가 뜬다. 스밀로돈은 나뭇가지 사이로 걸린 무지개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빛깔사이로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 가족의 모습이 보일 것만 같다. 주룩주룩 어디선가 또다시 비가 내렸다. 약한 이슬비였지만 스밀로돈이 보고 있던 무지개를 금새 가져가 버렸다. 사람의 힘으로도, 강한 동물들의 힘으로도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스밀로돈은 어떻게 저렇게 약한 이슬비 따위가 가져갈 수 있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

스밀로돈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이었다. 스밀로돈은 나무 아래로 뛰어들어 갔다. 비를 피하려고 말이다. 하지만 나뭇잎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스밀로돈의 얼어있는 몸을 강타했다. 스밀로돈은 기운없이 벌벌 떨었다.

매 한마리가 머리 위에서 날아가다가 번개에 맞아서 비틀거리는 것이 그림자로 보였다. ‘번개라는 것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 낼까? 왜 기분 좋게 지나가는 생명, 힘 없는 생명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하는걸까? 생명이란 것은 중요한 거야. 내가 누구보다.... 그런 건 잘 알고 있어...’ 눈앞에 떨어진 혜성, 불꽃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스밀로돈은 또 다시 멍해져서 잠이 들었다. 아니 잠이 든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서 쓰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비가 그친 것이 잠결에 느껴졌지만 깨어나기가 싫었다. 스밀로돈은 가만히 앉아서 공상하기를 좋아했다. 꿈을 꾸는 것을 좋아했다. 꿈을 꾸고 싶어서 나만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눈 앞을 보니 어느덧 하얗게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그냥 일어났다.

네 발로 지탱할 힘마저도 없었지만 이대로 굶어죽는 것은 마지막 스밀로돈으로써, 마지막 호랑이로써 할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일단은 생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는 산이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아직 잠을 깨지 않은 바다는 꿈을 꾸는 듯 즐거워 보였다. 바다가 웃고 있었다. 산도 웃고 있었다. "자는 생명을 깨워 울게 만들고 싶지 않아." 스밀로돈은 조용히 뒤를 돌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왼쪽을 한 번, 오른쪽을 한 번 훑어 보았다. 손이 떨리고 발이 아플 정도로 추웠지만 뼈속까지 춥지는 않아서 몸을 앞쪽으로 하고 살짝살짝 발을 떼었다.

또 다시 비가 왔다. ‘하늘이 아픈가봐, 비를 내려야 할때를 구분을 못하나봐 하늘도 추운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똑! 물 한방울이 콧잔등 위로 떨어져 주루룩 턱을 타고 내려갔다. 계속해서 한발 한발 발걸음을 떼었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았지만 걷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을 더 들일 필요가 없었다.

한 참을 가니 멧돼지가 보였다. 스밀로돈은 말했다. "생명은 소중한 거야. 내 스스로 너를 먼저 죽이는 일은 만들지 않겠어" 하지만 멧돼지는 말했다. "그러면 내가 너를 잡아 먹어 주지." 멧돼지가 뛰어왔다. 아니 돌진해 왔다. 스밀로돈은 흠칫 놀란 눈으로 멧돼지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흙뿌리에 위태롭게 걸린 풀한포기에 발목이 잡혀 넘어졌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스밀로돈은 자신이 번개처럼 빠르다는 것과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밀로돈 앞에서 멧돼지는 더이상 돌진할 수 없었다.

찌익!! 이윽고 살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생명체 하나가 또 하늘로 먼 여행을 떠났다. "잘가.... 미안해" 스밀로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내 스스로 사냥을 해본건 처음이군." 스밀로돈은 먼저 자신의 발목을 잡은 풀한포기를 다시 흙뿌리에 심어주고 멧돼지를 먹었다. 그리고 남은 뼈를 땅에 묻어주고 그 위에 자신의 손톱으로 글자를 썼다. "미안해, 천국으로 안녕" 서툴어 보이는 솜씨였지만 글자를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였다.

스밀로돈은 절벽을 쳐다보았다. "언젠간 내가 모든 걸 잃게 되면 저곳에서 크게 울겠지..." 스밀로돈은 눈을 끔벅거렸다.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스밀로돈은 아직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유를 모르는 듯 했지만 적어도 자신이 마지막 스밀로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드디어 제대로 된 마을을 볼 수가 있었다. 비록 집이 한 곳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곳은 마을이였다. 지푸라기로 쌓아논 그 집은 마치 맷돼지의 귀처럼 세모났다. 추워서 그곳에 들어갔더니 마침 또 다른 늑대가 있었다. "누구냐?" 늑대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하였다.
"너에게 별다른 해는 끼치지 않을 거니까, 좀 들어가 있을께." 목이 다 쉰 스밀로돈은 간신히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안돼. 너는 우리 종족이 아니니까 안돼. 우리 종족이라고 속이지는 마! 우리종족은 이미 멸종했거든."
‘스밀로돈...’ 스밀로돈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뭐?" 늑대가 조금은 화가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내가 그러면 그냥 나갈께." 혹시 저녀석이 또다른 스밀로돈은 아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지푸라기를 헤짚고 나갔다. 잠시나마 반가웠던 마음에 조금 아쉬움이 묻어났다. "기다려!" 지푸라기 더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 혹시 스밀로돈 종족이야?" 조금은 놀란듯이 그가 말했다. "어." 스밀로돈이 퉁명스럽게 말하고 또 다시 뒤를 돌아서 길을 떠나려던 참에 다시 정체를 알수 없는 그가 붙잡았다.

"이럴수가... 할아버지의 말이 진짜라니.... 스밀로돈,스밀로돈..."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지?" "나도.. 스밀로돈이야. 부탁하나만 할께" 스밀로돈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윽고 부탁을 말해보라는 손짓을 했다.
"얘 좀 부탁할께." 또 다른 스밀로돈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새끼처럼 보이는 작은 아이를 하나 스밀로돈에게 맡기고 쓰러졌다. "이제 편안히 잠들수 있게 됬어. 고마워." 그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어디론가 떠나갔다. !스밀로돈은 또 다른 죽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가 지난 세월 보아왔던 처절하게 운석에 맞고 남에게 긁히며 패배로 인한 죽음보다 정말 행복하게 세상을 떠난 마지막 마지막 스밀로돈의 죽음...... 그를 위해서라도 이 아이를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숨을 죽이고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스밀로돈은 매우 놀랐다. 노란 금색 털에 검은 줄무니, 그리고 긴 털까지 전혀 스밀로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호랑....." 아이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뭐라고?" "호랑......." 아이가 잠깐 웃음을 참는 듯이 입을 막더니 이윽고 웃음을 크게 터트리며 말을 꺼냈다.

"호랑이! 호랑이, 호랑호랑호랑이! 히히" 스밀로돈은 뭔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 말을 할 줄 아는구나! 너 이름이 뭐니?" "호랑이!" "그래? 호랑이야. 너 나이가 몇이니?" "호랑이!" "아니 그게 아니라 나이가 몇살이냐 말이지~" "호랑이호랑이호랑이! 히히" 아! 스밀로돈은 깨달았다. 이 아이는 호랑이라는 말밖에 못하는 구나... 호랑이를 등에 매고 스밀로돈은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그들에게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스밀로돈도 많은 나이가 들었다. 비록 7살이지만 동물의 왕국에서 7살정도면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호랑이도 제법 의젓해졌다. 스밀로돈은 호랑이를 따듯한 남쪽 나라에 데려다주려고 한다. 그래야 호랑이가 자신이 겪었던 생명에 대한 아픔과 슬픔, 추움을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삶과 동시에 이 호랑이가 또 다른 스밀로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스밀로돈의 앞에는 비가 내렸다. 무지개가 떴다. 하지만 스밀로돈은 더 이상 무지개가 슬프게 보이지 않았다.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이라는 것을 스밀로돈은 알고 있었다. 남쪽나라에 도착하자마자 마지막 스밀로돈은 세상을 떠났다. 호랑이는 슬펐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자손을 널리 번식하려고 노력을 했다. 단군에게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찾아가기까지 했다.

스밀로돈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체의 분열때문에 멸종했다고 한다. 지금도 제 2의 스밀로돈 호랑이는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다. 바로 우리 인간때문이다. 마지막 스밀로돈의 외로움, 아픔, 고통을 알아서라도 마지막 호랑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된다!


*스밀로돈 : 호랑이의 조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동물로 생김새는 현재의 고양이나 호랑이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의 호랑이보다 훨씬 강하고 무서운 이빨과 턱을 가지고 있어서 송곳니 하나의 길이만도 18~20㎝나 되었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매머드와 같은 대형 초식동물도 사냥할 수 있었다.

류연웅 나누리기자 (인천양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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