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천사 - 1부

"이민하! 빨리 일어나지 못해! 엄마가 나보고 너 깨우라고 했단 말야! 넌 진짜 곰이냐? 아, 아니지. 지금은 가을이지. 어쨌든 빨랑 안 일어나? 아침부터 죽어 볼래!"

"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근데 넌 무슨 애가 이렇게 목소리가 크냐? 닭도 아니고!"

"어이구, 내가 미쳐. 야! 우는 건 수탉이거든! 넌 어째 입만 열면 무식이 흐르냐, 이런 동생을 둔 내가 다 부끄럽다, 내가! 제발 공부 좀 하시지?"

"내가 뭐하러 너 좋으라고 공부하냐? 내 상관 말고 너나 가시지? 엄마가 부르시는데."

"이은하! 이민하!"

"엄마!"

"무슨 애들이 밥 먹으라고 몇번을 부르는데 답을 안해. 어쨌든 국 식기 전에 빨리 먹어. 지각하기 싫다면 말이지. 후훗. 참 오늘도 지각해서 경고 받아 오면 알지?"

"알았어요, 지금 가요, 엄마 잔소리 듣다가 또 늦겠네. 에휴, 울 엄말 누가 말려?"

"이민하! 말대꾸 말고 가서 밥이나 먹어!"

"네. 오죽하시겠습니까. 에휴."

이은하와 이민하. 둘은 쌍둥이입니다. 민하는 은하보다 7분 늦게 태어나 동생이 되었습니다. 매일 티격태격거리는 남매이지만 나쁜 일은 아닙니다, 어쨌든. 그들은 오늘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민하, 빨리 와! 나 오늘 거울 닦아야 해."

"알았어, 간다고, 가. 어엇!"

민하는 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까졌습니다.

"에구, 이 덜렁이. 잘 한다! 그러게 누가 밑도 안 보고 걸으래? 너 때문에 또 신호 놓쳤잖아!"

"아아, 미안. 진정하고."

"흠, 한번만 봐주지. 대신 다음부터는 죽는다."

"아, 네네."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집에 돌아온 은하와 민하는 거울을 닦고, 옷장을 정리하던 중 낡은 반지 하나와 팔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어, 이게 뭐지? 골동품인가?"

"나도 몰라, 일단 우리 한번 껴보자!"

"좋아."

그리하여 민하는 팔찌를, 은하는 반지를 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반지에서는 분홍과 하늘빛 빛이, 팔찌에서는 노랑과 연두색 빛이 영롱하게 빛났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빛에 휩싸인 둘의 몸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거 대체 뭐야!"

"아!"

은하와 민하는 빛의 그 엄청난 압력과 눈도 채 뜨지 못할 정도의 강한 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은하와 민하는 어느 세계로 떨어졌습니다. 아주 엄청난 세계. 그 곳은 영락없는 가을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눈부시게 높은 하늘, 길거리를 가득 메운 가로수, 그 가로수 마저도 모두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였습니다. 황금빛이 일렁이는 들판도 있었죠.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흰 몸체의 몽글몽글해 보이는 사람들이 거리를 날아다니지 않는 게 아니겠어요? 그 사람들 중 몇몇은 하늘색 바탕에 작은 조각구름이 걸린 지팡이를 들고, 또 한 열 명 쯤 되는 사람들은 머리에 벼 이삭을 꽂고, 그리고 몇십 명쯤 되는 사람들이 은행나무 잎을 머리에 얹고, 상당수가 단풍나무 잎을 얹고 있었습니다. 그때 작은 왕관과 함께 하늘색 지팡이를 든 누군가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은하와 민하. 맞으시죠? 잠시 우리 궁궐로 가시죠.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예? 저희를 아세요?

"물론입니다. 차차 설명해 드릴 테니 궁궐로 가시지요."

"네, 그럼 따라가겠습니다."

은하가 정중히 말했다.

"은하 너 왜 이래! 우린 돌아가야 해! 난 야구부 주장인데다가 사흘 후에 결승이 있다고!"

"일단 방법을 찾아야지.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 알았다."

류조은 기자 (인지초등학교 / 4학년)

이미림 서울창도초등학교 / 5학년 2012-10-02 10:36:22 | 재미있어요! 다음편이 기대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