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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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태야, 괜찮니?”
선생님이 다가와 일으켰는데도 번태는 여전히 아픈 표정이었어요.
“조심했어야지. 자리에 들어가 앉아있어.”
“네.”
번태는 다리까지 절뚝이며 자리로 돌아왔어요. 영수가 번태를 돌아보는데 그때 그만 번태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어요. 번태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어요. 영수는 겁이 나 고개를 쏙 돌리고 말았어요. 그때 딩동댕하며 수업종료 종이 울렸어요.
“자, 다음 시간 체육인 걸 알지. 모두들 운동장으로 나가고. 그리고 내일은 수학 3단원 단원평가 볼 거야. 다들 공부해.”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모두들 운동장으로 나갔지요. 영수도 아이들을 따라 나서는데 그때 누군가 영수의 손을 확 낚아챘어요. 번태였어요.
“야, 너 아까 지금 나보고 웃은거냐?”
“아, 아니야. 그냥 본거야.”
“그러니까 내가 뭐 지나가는 개라도 되냐고. 그냥 보게.”
“아니, 그게 아니고. 네가 넘어졌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넘어지는데 네가 왜 날 보냐고. 죽고 싶냐.”
번태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어요. 영수는 또 습관처럼 눈을 질끈 감아버렸죠.
“야, 이번태. 지금 뭐하는 거야?”
담임선생님의 구원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에이, 선생님. 장난도 못해요?”
“너희들 체육시간 안 나가니?”
“지금 나가려고 하잖아요. 가자.”
번태는 상황이 불리해지면 늘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재주가 대단합니다. 영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마친 친한 친구처럼 번태는 교실 문을 나섰어요.
“야, 너 체육시간에 두고 보자.”
그 말을 남긴 뒤 번태는 영수를 두고 잽싸게 운동장으로 뛰어나갔어요. 영수는 체육시간이 겁이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요.
“자, 오늘은 조를 이뤄서 농구에서 패스하는 연습을 할 거야. 각자 마음 맞는 친구끼리 마주보고 서.”
영수는 그나마 친한 친구인 경태와 마주보고 섰어요. 그런데 경태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더니 다른 줄로 갔어요. 번태 짓이었어요. 두 눈을 부릅뜬 번태가 영수 앞에 섰지요.
“자, 다들 파트너 찾았지. 지금부터 파트너에게 공을 패스하고 또 넘겨받는 거야. 동작은 지난 시간에 다들 배웠으니 리듬감 있게 잘해보자.”
공을 갖고 있던 영수가 번태에게 얌전히 공을 넘겼어요. 그때 체육선생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났어요. 전화를 받기 위해 선생님이 돌아선 순간 번태가 갑자기 공을 날렸어요. 공은 정확히 영수의 얼굴을 맞히고 말았죠.
“아.”
영수가 비명을 지르자 아이들 모두가 영수를 바라봤어요, 체육선생님도 황급히 영수 쪽으로 달려왔어요. 영수의 얼굴에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번태가 던진 공이 영수의 얼굴을 맞힌 거예요.
“야, 공을 어떻게 던진 거야.”
“아니에요. 선생님. 그냥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이 던졌는데 영수가 워낙 운동을 못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영수야 괜찮니?”
괜찮냐고 물어오는 번태는 정말 악마 같았어요. 하지만 선생님한테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어요. 그랬다가는 또 어떤 괴로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영수는 약한 자신한테 화가 났어요. 그때였죠. 영수 눈앞에 또 백점빵 할머니가 나타난 거예요.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