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 기자 (인천부평동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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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설레는 날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짝꿍을 새로 정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짝꿍을 새로 정하면 난 오늘 우리 반 최고의 말썽꾸러기인 태호에게서 해방된다! 나는 아침잠이 많지만 오늘만큼은 6시에 일어나서 피곤한 엄마를 위해 먼저 밥을 차려먹었다. 밥을 다 먹고 옷도 모두 갈아입고, 씻으니 7시 10분 정도 되었다.
‘내가 너무 빨리 준비했나?’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문자가 한통 왔다. 서희였다. 서희가 따돌림을 당하고 나서부터 서희와 주고받은 문자는 내가 처음에 서희와 주고받던 문자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민정아, 오늘 아침에 같이 가면 안 돼?
나는 답장을 보낼까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모르겠다.’로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조금 있다가 수민이한테서 문자가 날아왔다.
-민정아, 혹시 양서희한테 같이 가자는 문자오지 않았어?
-응, 왔어.
-그럼 아예 답장을 안 보내던가, 아니면 싫다고 그래. 양서희는 그렇게 똑같이 당해봐야지 정신을 차리지.
나는 마음이 아팠다. 서희는 우리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고, 편지와 작은 선물까지 줬는데 우리는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난 오늘 아침만이라도 민지하고 단 둘이서만 가고 싶었다.
"민지야, 넌 서희가 사과를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솔직히 말해도 될까?"
"그래,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우리 둘이서 꼭 비밀로 하기!"
"솔직히 난 용서해주면 어떨까 싶어. 내가 서희한테 따돌림을 당했긴 했지만, 서희가 그렇게 눈물까지 흘리면서 사과를 하는 거 보면 진심인 것 같더라고. 그런데도 막 대놓고 서희 욕을 하는 애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나.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돼."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응, 맞아. 서희가 잘못하긴 했지만, 다시 용서해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한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가 얘기하는 동안 벌써 학교에 도착해있었다.
3교시가 끝나고 영어교실을 나가는데 계단 위쪽에서 서희와 다혜, 수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너무나도 궁금해서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가 보니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미안해.. 실수로 그랬어. 다혜야, 미안해. 미안해..."
서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미안하면 다야? 이거 다혜가 얼마나 열심히 적은건줄 알기나 해? 네가 물어낼 수 있어?"
수연이는 정말 화난 목소리였다.
"이거,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적은건줄 알아? 흑, 흑... 오늘 할머니 생신인데 네가 우유를 쏟아서 이렇게 됐잖아."
‘오늘이 다혜 할머니 생신이라고?’
이고은 기자 (인천부평동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