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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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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태양의 기울기를 보아 1년을 15일 단위로 나눔으로써 계절을 표시했는데, 이를 24절기라고 합니다. 24절기 중에서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 바로 「동지(冬至)」입니다. 동지는 24절기 중 22번째(양력 12월 21일경)에 오는 절기로 완전한 겨울이 왔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때쯤이면 대개 추위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특히 동지 무렵이 되면 생각만 해도 즐거운 두 가지 일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지요. 그 하나는 곧 있을 겨울방학이고, 또 다른 하나는 크리스마스이지요. 이러한 사실들은 본격적인 추위를 예고하는 동시에 태양력을 중심으로 하는 24절기의 원리에 있어서 새로운 태양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즉 동지가 지나면서 낮이 다시 길어지는 현상은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태양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농경을 중시하던 우리 조상들 역시 동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답니다.
이러한 동지는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태양이 새롭게 생명력을 갖는 시점이 되는 날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예로부터 동지를 ‘설’ 다음 가는 ‘작은설’이라 하여 천지신(天地神)과 조상신들에게 제사를 올리기도 하였지요. 그래서 지금도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거나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들을 하지요.
한편 동짓날에는 ‘동지팥죽’이라 하여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어 먹는 풍속이 있었지요. 붉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새알심’을 만들어 넣고 끓이는데, 여기서 ‘새알심’이란 찹쌀가루를 새 알 크기만 하게 만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이렇게 하여 팥죽이 만들어지면 우선 사당에 올린 다음, 이어 장독, 부엌, 마루, 우물 등 집안을 지켜주는 신들에게 올리지요. 이어 팥죽을 바가지에 담아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대문 근처 벽에다 솔가지로 뿌려 나쁜 액을 물리쳤지요. 이러한 의례가 끝나면 집안 식구들이 함께 모여 팥죽을 먹으면서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였답니다.
그러나 동짓날이라 하여 항상 팥죽을 쑤는 것은 아니지요. 애동지에 팥죽을 쑤면 아이들이 병들거나 죽는다 하여 팥죽 쑤는 것을 금하였지요. 따라서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고 팥떡을 해먹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애동지란 음력으로 11월(동짓달) 10일 이전에 오는 경우를 말하지요. 올해의 경우 음력으로 11월 9일(양력 12월 21일)이 동짓날이기 때문에 애동지로 팥죽 대신 팥떡을 해 먹어야 하겠군요.
한편 조선시대 천문을 관장하던 관상감에서는 동짓날에 새 해 달력을 만들어 궁중에 바쳤답니다. 그러면 나라에서는 그곳에 옥새를 찍어 관리들에게 선물하였다고 하는데요, 이는 동짓날이 부흥을 뜻함은 물론, 한 해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외에도 동짓날에는 ‘동지부적’이라 하여 집안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뱀 ‘사(蛇)’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는 풍습이 있어 왔지요. 또 동짓날 날씨가 따뜻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고, 대신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동지 때가 되면 항상 춥고 많은 눈이 내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붉은 팥죽이 악귀를 물리치건 그렇지 않건 간에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영양 가득 담긴 팥죽과 함께 2012년 동지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거기에다 2013년 뱀의 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새해 설계를 정성 가득 담긴 새해 달력으로 서로의 정을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국립민속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