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87 / 조회수 : 767
"음악선생님께서 교통사고로 심한 부상을 입으셨어요. 돌아가실 정도는 아니지만, 부상이 너무나 심각해서 앞으로는 더 이상 못 걸을 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으셨답니다."
효은이를 포함한 모든 반 친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음악선생님을 깊이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효은이의 친구 가현이가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음악을 못 하게 되는 건가요?"
가현이는 우등생은 아니어도 공부도 그럭저럭하고 친절한 효은이의 제일 친한 친구라 할 수 있다.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음악 선생님을 무척이나 따른다. 어린이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를 연주하고 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선생님의 말투가 갑자기 바뀌었다. 다시 반말로 우리를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하셨으니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해 오실 거다. 아주 듬직한 남자 선생님으로."
"아, 안돼요! 남자 선생님은 절대 안돼요."
혜성이가 선생님의 말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혜성이는 수학영재이다. 소마큐브도 5분만에 다 맞추어 버린다.
선생님은 자신의 말이 자꾸 끊기자 기어코 화를 내셨다.
"자! 선생님 말하고 있잖아. 싫든, 좋든 상황은 바뀌지 않아. 남자선생님이시고 음악을 전공하셨어. 음악시간은 늘 하던 리코더가 아닌 오카리나로 진행될 거다. 어제 준비물에 오카리나라고 써 줬지? 그리고 효은이, 내가 오카리나 갖고 오라고 했는데, 리코더 갖고 오면 어떡해? 여기 오카리나 가져가렴."
효은이는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교탁에 얹어진 오카리나를 집어 들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주목시킨 다음, 새로운 선생님이시니 좋은 인상을 남기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효은이는 옆에 앉은 현준이와 여러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 때, 앞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더니 험상궂게 생긴 선생님이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걸어오셨다. 담임선생님은 나간 지 오래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람이 선생님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희 담임선생님한테 설명은 들었겠지? 나는 앞으로 계속 너희를 가르칠 음악 선생님이다. 쉽게 말하면 너희에게 오카리나와 인생이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 설명해 줄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지. 난 너희들의 이름 따위는 알고 싶지 않으니까, 자기소개 따윈 할 필요 없어."
준현이는 매우 못마땅해 보였고 새로운 선생님을 노려보았다.
"왜요?"
준현이가 못마땅한 표정을 드러내며 물었다. 반 친구들 모두가 겁먹은 표정으로 준현이를 바라보았다. 음악선생님은 준현이 앞에 서서 이 당돌한 꼬마를 어찌할 지 생각해 보았다.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 꼬마처럼 나에게 먼저 대들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달라질 게다."
음악선생님은 준현이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꺾어댔다. 뚝 하는 소리가 연거푸 똑똑하게 들리자 준현이는 눈을 내리깔고서 잠자코 있었다.
"언젠가 감옥에 가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죄인의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더군. 그래서 나도 너희의 이름대신 번호를 부를 작정이다. 너희들의 이름은 너무 역겨워서 내가 부를 때 마다 토할 것 같거든. 앉은 순서대로 1번, 2번 이렇게 부를 거야."
효은이는 길고도 긴 한숨을 조그맣게 내쉬었다. 새로운 선생님은 너무 무서웠고 전혀 음악선생님 같지 않았다. 효은이는 약간의 용기를 내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래, 너! 2번! 무슨 일이지?"
"그럼 선생님이 저희를 번호로 부르신다면 저희는 선생님을 뭐라고 부르죠?"
음악선생님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이들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매처럼 매서웠고 독사처럼 야비해보였다.
"당연히 천재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나는 너희 같은 쓰레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거든. 내 몸값이 얼만지 아냐? 구십 억도 넘는다고. 앞으로 천재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두들겨 패 버릴 테다."
반 아이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고 음악선생님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만족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