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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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선생님은 아이들에 겁에 질린 모습을 바라보며 은근히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그는 아이들을 하나, 하나씩 노려보더니 휙 돌아서 교탁 의자에 앉아 버렸다.
"그럼! 내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데. 안 그러냐? 요 조그만 꼬맹이들아. 어쨌든 수업을 할 테니까 무조건 주목해!"
그러고서 음악선생님은 기다란 막대기로 효은이의 책상을 연신 두드려댔다. 효은이는 겁이 나기보다는 화가 나서 음악선생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선생님이 제 책상을 마구 찍어 내리고 있잖아요! 이건 학교 책상이니까 기물을 파손하면 안 돼……."
효은이는 음악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잊어버리고 있었으므로 겁도 없이 마구 내뱉기 시작했다. 음악선생님이 효은이에게 다가오기 무섭게 효은이의 짝인 현준이가 벌떡 일어나서 칠판으로 달음박질 쳤다.
"제가 얘의 이름표가 달린 부분에 X를 칠게요. 그러면 6주 동안 청소해야 되고, 반 아이들에게 초콜릿도 2개씩 사 줘야 되거든요. "
효은이는 생각했다. ‘쟤는 또 왜 저러는 거야?’ 하지만 현준이의 행동은 효과가 있었다. 음악선생님은 효은이의 책상을 번 더 내리치고는 혜성이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혜성이는 다리를 떨고 있었는데 얼굴이 심각해 보였다.
"너, 5번! 당장 음악책 4쪽을 펴봐! 당장당장당장!"
음악선생님은 ‘당장’ 이라는 단어를 연거푸 3번 내뱉으셨다. 혜성이가 음악책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거리는 동안 효은이는 현준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현준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씩 웃었고 둘은 악수를 하며 ‘동맹!’이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 동안 혜성이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두 눈은 눈물로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채, 책을……. 안 가져 왔어요……."
혜성이가 느릿느릿 내뱉은 말에 아이들이 ‘으악’ 이라고 비명을 질렀다.
"너 방금 뭐라고 했지?"
음악선생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혜성이는 그만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책을 안 가져 왔어요."
음악선생님은 혜성이의 귀를 잡고서 교실 앞으로 끌고 갔다. 혜성이는 ‘아야, 아야’ 라고 외치며 교실 앞으로 끌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와서 말린다던지 구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음악선생님은 혜성이를 교실 앞에 세워두고서는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5번! 너는 당장 오른쪽 다리를 들고 있어라. 알겠지? 딱 5분 동안이야. 5분을 다 채우지 못하면 5분씩 늘어나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야."
아이들의 얼굴이 모두 딱딱하게 굳었다. 혜성이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쭈뼛거리며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서 혜성이의 다리가 가냘프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는 위, 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결국 혜성이는 이를 악물고서 11분 동안 다리를 든 후에야,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봤지? 너희도 내 말 안 들으면 5번처럼 된단다, 꼬맹이들아! 어서 교재를 펴고 오카리나 운지나 외워두는 게 좋을 걸?"
효은이와 현준이는 당장 교과서를 피고서 운지를 외우기 시작했다. 효은이는 살짝 뒤를 돌아 혜성이를 보았다. 혜성이는 오른쪽 다리를 주먹으로 치며 운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효은이는 한숨을 내쉬며 오카리나를 잡아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오카리나를 어떻게 잡는지조차도 모르는 효은이가 잘할 리가 없었다. 효은이는 또다시 발끈해서 음악선생님에게 외쳤다.
"선생님은 정말 너무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혜성이가 책을 안 가져온 게 잘못하긴 했어도 체벌은 안 된다고요! 그리고 오카리나를 어떻게 잡는지도 안 가르쳐 주시고……."
그러자 음악선생님이 효은이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