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42 / 조회수 : 343
예진이는 학교를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나섰다. 하늘은 어두컴컴했지만 비는 오지 않는 이상한 날씨였다. 오늘은 예진이의 단짝친구 소영이의 생일이었다. 소영이의 생일파티는 피자집에서 열기로 했다. 예진이는 자신의 단짝친구가 11번째 생일을 맞은 것이 기뻤다. 그래서 더욱 즐거운 기분을 마음껏 즐기며 길을 걸었다. 여러 가게들이 보였고 저 멀리 약속 장소인 피자집과 그 앞에 서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예진이는 친구들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할머니 한 분이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예진이는 그 할머니가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장식이 달린 커다란 모자, 분홍빛 치마, 화사한 색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가 하얬다. 예진이는 속도를 약간 줄이고 조깅하듯 뛰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할머니가 예진이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예진이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퍽’하고 쳤다. 순간, 예진이는 미끌 거리는 바닥을 밟고서 뒤로 넘어졌다.
몇 분이 흐르고 난 후에야 예진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릎에서는 바닥을 찧으면서 다친 상처가 군데군데 나 있었다.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팔꿈치에서도 피가 무서울 정도로 흘러내렸고, 다른 쪽 팔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예진이는 화가 잔뜩 났지만 일단 소지품을 챙겼다. 그리고는 화를 억누른 채로 그 이상한 할머니를 찾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상하게도 ‘아이고’를 연달아 외치며 자신의 팔을 부여잡고 있었다. 할머니의 팔은 예진이와는 달리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저기... 저, 괜찮으세요. 할머니?"
예진이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상냥하게 내뱉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기운차게 벌떡 일어나더니 예진이에게 험악한 얼굴을 들이대며 다그쳤다.
"학생! 왜 똑바로 가고 있는 노인을 세게 밀치는 거요? 아니, 이해를 못 하겠네. 윗사람에게는 공손하게 대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본데?"
그러더니 그 할머니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뒤 모자를 바로 썼다.
"안 그래도 관절이 안 좋은 사람을 넘어뜨리고 그래! 아파 죽겠네. 앞으로 또 그랬다가는 조심해요, 학생!"
예진이를 향해 쏘아붙인 할머니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렸다. 할머니답지 않은 매서운 눈빛이 예진이의 눈 앞에 어른거렸다. 억울함에 예진이가 이를 ‘뿌드득 뿌드득’ 갈고 있을 때, 그 상황을 목격한 친구들이 달려왔다. 예진이는 친구들을 보자 좀 안심이 되었다. 이번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소영이가 화를 내듯 말했다.
"어머, 너 피 흐르잖아? 아까 그 할머니 진짜 이상했어. 괜찮니, 예진아?"
소영이는 예진이의 실내화주머니를 들어주며 물었다. 예진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예진이의 친구 승연이도 걱정했다.
"어떡하지. 세상에! 멍이 들었잖아? 왼쪽 팔 말이야. 상처도 깊어. 저기 벽돌에 긁혔나봐."
예진이는 우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전혀 울지 않았다. 그리고는 어깨만 으쓱 해보인 후에 친구들과 같이 피자집으로 올라갔다. 피자집 가운데에 있는 널찍한 테이블에는 이미 많은 양의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부터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예진이가 소영이의 단짝친구답게 크게 외쳤다.
"생일 축하해, 소영아!"
친구들도 덩달아 외쳤다. 음식은 매우 푸짐했고 마침 배가 고팠던 예진이는 아예 그릇에 얼굴을 박다시피 했다. 그런 예진이를 보면서 또 다른 친구 영서가 물었다.
"그나저나 예진이랑 부딪쳤던 할머니 말이야, 정말 이상하지 않아?"
승연이가 수긍했다.
"예진이는 똑바로 뛰고 있었는데 그 할머니가 옆으로 서더니 예진이를 치더라고. 그 할머니가 원인을 먼저 제공하셨는데 왜 예진이한테 화를 내지?"
예진이가 웅얼댔다. 입 안에는 많은 양의 샐러드가 들어 있었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하여간 이 세상에는 위험이 많은 것 같아."
예진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겠지?"
소영이는 여전히 속상했다. 자신의 단짝친구가 다친 것이 화가 났기 때문이다. 소영이는 언제나 분석적으로 사건을 파악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 사건을 당한 피해자인 예진이는 아까의 일은 벌써 다 잊은 듯 편안히 앉아서 피자를 먹고 있었다. 그런 예진이를 보고 친구들이 키득거렸다. 승연이는 피자를 먹으며 예진이와 대화를 나누었고 영서는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소영이가 외쳤다.
"알겠다! 그 할머니가 누군지 알겠어."
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