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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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새 학기다. 학교에서 제일 시끄러운 시간이기도 하다. 세진이는 의자에 앉아서 엄마가 해주신 팬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엄마가 팬케이크에 블루베리를 얹으며 말했다.
"빨리 빨리 먹어라. 첫 단추를 잘 끼워야지."
세진이는 한숨을 내쉬며 접시를 내려다보며 알았다고 답했다. 아빠께서는 양복 차림으로 식탁에 앉으셨다. 엄마가 아빠 앞에 도시락 통을 내려놓으며 쏘아 붙였다.
"어떻게 좀 해봐요. 애가 새 학기부터 한숨을 쉬잖아요!"
아빠께서 마지못해 한 마디 하셨다.
"새 학기잖니, 얘야. 난 내 딸이 새 학기 아침부터 한숨 쉬는 건 원치 않는데... 새 친구들이랑 선생님도 만나잖니?"
아빠께서는 서류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끄집어냈다. 세진이는 엄마께서 더 얹어주시는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무시한 채 터덜터덜 화장실로 들어갔다. 양치를 하며 그녀는 6학년이란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금방 도착하자 경비원 어저씨가 세진이의 가방을 툭툭 치셨다.
"지각! 지각! 얼른 얼른 오지 못해? 몇 학년 몇 반이야?"
세진이가 더듬더듬 말했다.
"6학년 7반 이세진 인데요."
경비 아저씨께서 툭툭 말을 끊으셨다.
"그, 그 장난꾸러기라던 여자애군! 넌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4학년때 학교에 고양이를 풀어놓고, 운동장에 고무 튜브로 된 수영장을 갖다놓고 애들이랑 수영이나 하고, 또 과학 선생님 모자에 시궁쥐를 넣은 녀석이 바로 너라고! 올해에는 장난 좀 그만 쳐라!"
경비원 아저씨는 세진이가 자기를 잡아먹으려하는 늑대라도 된다는 듯 문을 쾅 닫고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교실 문을 열고 세진이가 들어가자 아이들의 눈이 모두 그녀에게로 쏠렸다. 아이들의 눈이 모두 동그래졌다.
"쟤좀 봐! 이세진이야!"
한 아이가 수군거렸다.
"지난번에 영어 선생님의 머리 위에 개미를 풀었대."
또 다른 아이가 수군댔다.
"지난번에는 우리 교실에 커다란 돼지를 데려왔잖아."
세진이는 마지막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사실 세진이는 어마어마한 장난꾸러기였고 해마다 재미있는 사건을 터뜨렸기에 아이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믿고 따랐다. 물론 모범생들은 빼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말썽이 심한 동시에 공부에 있어서는 거의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젊은 여자 선생님으로 머리를 위로 틀어 올렸고, 뿔테 안경을 쓰고 계셨다. 얼굴 한쪽과 양 손과 팔에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아주 흐릿했다. 선생님이 깐깐한 말투로 모두를 쏘아보았다.
"난 새로 부임해 온 선생님이고 작년 학교에서 영양사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에게 밥그릇 밑바닥까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먹였던 사람이 바로 나지. 그런데 여기에 부임해 보니, 이 학교 아이들이 급식을 잘 남긴 다던데 사실이야?"
작년에 세진이가 있었던 반의 회장이었던 세은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선생님! 저희들은 항상 급식을 거의 남겨요. 선생님들도 그렇고요."
축구광인 준석이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건 급식이 맛없기 때문이에요. 선생님도 저희 급식을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토할 것..."
선생님께서 준석이 자리로 가서 비웃듯이 말씀하셨다.
"너 방금 ‘토할 것 같다’라고 말했니?"
선생님은 비꼬듯 진한 빨간색 매니큐어가 발린 손가락으로 준석이를 가리켰다.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어! 단지 그 음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불평하는 애들이 있을 뿐이지. 그런데 너는 그 애들 중 하나인 것 같구나. 너는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라."
선생님께서는 칠판에 ‘음식은 남김없이!’ 라고 적으셨다. 그리고 그 밑에는 ‘프랑스 음식 법칙’ 이라고 적으셨다. 세진이는 책상 한쪽에 그것을 옮겨적었다. 이것은 장난꾸러기들이 반드시 하는 행동 중 하나인데, 바로 모든 정보들을 책상에 적어두는 거였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양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