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는 즐거움을 안겨 준 어진이에게

가꾸는 즐거움을 안겨 준 어진이에게.

어진아! 안녕. 나는 대구 신월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혜정이라고 해. 올해 내가 청와대 어린이 신문인 ‘푸른누리’ 기자가 되었어. 그래서 내 기사를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너의 ‘농장일기’를 소개하고 싶어서 너의 일기를 만나게 되었어.

농장일기를 읽다가 너와 나의 작은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같이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썼어. 책 페이지마다 그려진 그림이 너무 귀엽고 씨뿌리기, 오이집 만들기, 당근 솎음질과 북돋아 주기 등 그 방법에 대해 책을 읽는 사람이 알기 쉽도록 자세하게 설명 되어 있어서 너무 흥미롭게 읽었어.

사실 나에게도 소중한 공간이 있거든. 비록 크고 멋진 농장은 아니지만 우리 집 베란다에는 엄마와 함께 매일 가꾸는 작은 농장이 있어. 그곳엔 많은 꽃들과 나무도 자라고 있지. 작년에는 엄마와 함께 시장가는 길에 산 고추 모종과 가지 모종을 심어서 예쁜 꽃도 피었단다. 고추나무에는 하얀 꽃이, 가지나무에는 나팔꽃 모양의 보라색 꽃이 활짝 폈었어. 그 꽃들이 결국 열매개 된다고 해. 그래서 엄마와 열심히 가꾸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열매들이 많이 열리지 않아서 아쉬웠어.

하지만 올해 다시 도전해 보려고 며칠 전 고추 모종을 여섯 포기 사서 화분에 키우고 있어. 가지 모종도 키우려고 하는데 이번 봄이 이상기온으로 추워서인지 아직 시장에서 보기가 어려운 것 같아. 얼른 가지도 심어서 올 여름에는 맛있는 가지무침을 먹고 싶어. 그리고 이 모종들이 탐스러운 열매를 맺도록 사랑으로 보살필 거야.

이런 경험을 떠올리며 너의 일기를 관심 있게 읽던 중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어. 그 중에서도 늘 부지런하고 착한 곤충으로만 여겼던 개미가 해충인 진딧물의 수호천사라는 사실이 제일 기억에 남아. 진딧물의 오줌을 좋아하는 개미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가 오면 쫓아 버린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더라.

작년에 집에서 키웠던 고추모종에 진딧물들이 생겨서 꽃집에서 구입한 진딧물 살충제를 분무기에 물과 함께 섞어서 뿌려줬던 기억이 나. 만약 올해에도 고추나무에 진딧물이 생기면 무당벌레를 기르는 동시에 너의 책에 소개된 담뱃가루를 이용한 퇴치법도 같이 써야 할 것 같아. 몸에 해로운 농약 대신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줘서 고마워.

2년 전 쯤 새 아파트로 이사 온 나는 얼마 전까지 아토피가 심해서 무척 고생했었어. 그래서 맑은 공기와 물, 좋은 흙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달았지. 너의 농장은 화학 비료 대신 소똥, 닭똥을 이용해 기름진 땅으로 일구었듯이 우리의 자연 또한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말고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함부로 다루고 있어서 안타까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귀한 것을 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마시는 물과 맑은 공기, 먹을 것 등 이 모든 것을 자연이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주고 있잖아. 사람들이 너의 일기를 통해서 그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으면 좋겠어.

어진아! 너의 밭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너의 밭에 가서 더 많은 자연을 구경하고 싶으니 꼭 초대해줘. 그동안 나도 나의 작은 농장을 예쁘게 가꿔서 자랑거리를 만들어 놓을테야. 그럼, 안녕.

2010년 5월 10일 대구에 사는 혜정이가

제목: ‘어진이의 농장일기’, 출판사: ‘창작과 비평사’, 지은이: ‘신혜원’

장혜정 독자 (대구신월초등학교 / 5학년)

이모경 금오중학교 / 1학년 2010-05-31 21:34:12 |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