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매우 특별한 나들이
화창한 봄햇살 가득한 4월 9일 토요일,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주 특별한 나들이를 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쑥 캐기의 달인 할머니와 교외로 나들이 가는 것이 정기 행사였지만 이번만은 나들이 장소가 실내였다.
바로 할머니가 입원해 계시는 사랑병원의 재활치료실로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가는 것이었다. 할머니보다 좀 먼저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할아버지가 일어나셔서 지팡이를 짚고라도 걸으셔서 다행이다.
한동안 우리를 못 알아보시고 우릴 보면 울기만 하시던 할머니가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도 하신다. 나랑 동생은 할머니의 안 움직이는 손을 주물러드렸다. 간병인 아줌마와 엄마는 할머니의 나들이를 위해 목에 빨강색 물방울 무늬 스카프를 예쁘게 매드리고 손톱에는 진달래 빛깔 매니큐어도 칠해드렸다.
할머니는 기분 좋게 웃으시며 여러 가지 운동기구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이만큼 좋아졌다고 자랑도 하셨다. 집에 와서 옛날 사진을 꺼내 봤다. 직장 다니시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우리를 길러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계셨다. 9년 전 사진 속에서 할머니의 등에 업혀 활짝 웃고 있는 아기 때의 나와 할머니가 우리들 옆의 철쭉만큼 예뻐보였다. 이제는 사진을 안 찍으시려는 할머니의 그나마 최근 사진을 올린다.
작년 4월 강원도 화천으로 사촌오빠 군대 면회갔을 때 뒤에서 쑥을 캐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건강하신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할머니, 6월이면 할머니 쓰러지신 지 1년이에요. 그 전에 일어나신다고 열심히 운동하시는 할머니, 다음에는 멋진 야외로 나들이 가요. 사랑해요.
이연경 독자 (서울반원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