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 ’

새 학기의 쉬는 시간, 어느 반에서나 들려오는 소리이다. 봄이면 유난히 찌뿌둥하여 마치 할 일 없는 강아지가 된 듯이 기지개를 쭉 펴게 된다. 봄의 불청객, 이름하여 춘곤증. 겪어보지 아니한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봄의 싱그러움이 한층 더해진 요즘, 나도 춘곤증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물을 마셔도,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보아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춘곤증.

겨울동안 신진대사 기능을 감소시켰던 인체가 봄을 맞이하여 활발히 활동하려 하면서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곰이나 개구리 같다. 나는 춘곤증으로 일어나는 증상이 가볍게 피곤하고 몸이 자꾸 구부러지는 것이지만, 심한 사람의 경우에는 소화 불량이나 두통이 3주 이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헉, 경악을 금할 수 없다.

3주 이상? 3주 이상 동안이나 이 졸음과 짜증 섞인 두통을 견뎌내야 한다고? 벌써부터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춘곤증은 어떻게 이길까?

내가 춘곤증의 증상이 심각하지 않고 금방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봄나물에 있다고 본다. 우리 엄마는 육류를 선호하지 않는 분이다. 며칠 전 TV에서 나물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시면서 ‘찬혁아, 나물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란 한마디를 끝으로 식탁에 나물반찬만을 올려 놓으신 적도 있었다. 이렇게 엄마의 나물 사랑은 계속되어 나물의 제철을 맞아 봄나물이 재배되어 나오는 지금, 엄마는 계속해서 봄나물 사랑에 여념이 없으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춘곤증의 기운을 내 몸에서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과학적으로 아예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니다.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이 날씨가 바뀌면서 피로함이 찾아드는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봄나물을 먹으면 몸에 생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봄나물은 춘곤증을 물러가게 할 적절한 대책이다.

어머니가 해 주시는 봄 음식 중 제일 맛있는 한 가지는 바로 달래 간장이다. 정말 어찌나 맛있는지... 간장에 달래를 큼직하게 잘라서 참기름 조금과 함께 섞어 놓으면 완성. 따끈한 밥에 달래 간장을 조금씩 얹어가며 먹으면 달래의 그 아삭한 맛과 간장의 짭쪼롬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아~ 지금도 다시 먹고 싶다...

그리고 우리 엄마의 요리 중에서는 특히 봄나물 중에서도 냉이를 빼놓을 수 없다. 향이 독특하고 그 아린 맛이 일품인 냉이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무척이나 풍부하다. 냉이를 살짝 데쳐 된장 양념에 무쳐서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정말 대단하다. 또한 봄나물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나물이다. 취나물은 그 알싸한 향과 맛이 다시는 자신을 잊을 수 없도록 한다. 취나물은 강한 된장의 향 대신에 참기름과 간장을 넣어 무치면 씹으면 씹을수록 나는 살짝 씁쓸한 맛이 정말 봄이 왔구나 실감나게 해준다. 춘곤증으로 고민하는 우리 푸른누리 기자 여러분,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봄의 불청객, 춘곤증을 물러가게 할 우리의 아군, 봄나물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