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빈 기자 (일곡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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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개나리, 하얀 목련, 빨간 철쭉이 환하게 웃고 있는 봄이 성큼 다가온 요즘은 벚꽃 구경하기 좋은 날입니다. 벚꽃을 구경하며 우리 모두 하하호호 웃으며 한참 이야기꽃을 피울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함박웃음을 지을 수 없는 쓸쓸한 마음으로 보성 대원사 벚꽃길을 걸어봅니다.
우리 할아버지에겐 이번 벚꽃 구경이 마지막 봄꽃 구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선 모르고 계시지만 현재 "암" 이라는 병에 걸리셨는데 유감스럽게도 말기입니다. 길어야 6개월 정도 옆에서 머물 수 있다고 하십니다. 다른 가족들이 벚꽃 구경을 하며 가족끼리 손을 잡고 미소 지으며 발맞추어 걷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러웠습니다. 할아버지께선 몸의 감각이 점점 떨어지고 계셔서 잘 걸으실 수 없어 발맞추어 걸을 수도 없고 잘 웃지도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눈동자에 비친 벚꽃 잎들을 보니 더욱 슬퍼지기도 하였지만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한 편으로는 기쁘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벚꽃이 조화를 이룬 끝없이 펼쳐진 길을 가는 내내 할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벚꽃 길에 있는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도시락을 먹을 때, 아빠께서 "좋으세요? 벚꽃은 많이 보셨죠?"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응, 벚꽃은 한없이 많이 봤다."하고 하시는데 가슴 한 쪽이 시려왔습니다.
아름다운 보성 대원사 벚꽃 길을 걸으며 머릿속은 여러 생각들로 복잡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어떻게 될까?’, ‘내 마음도 이렇게 아픈데, 아들인 아빠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할아버지께서는 지금 이 벚꽃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할아버지께서 건강하실 때 왔으면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만약 그 때 왔더라면 지금 내가 부러워하는 손을 잡고 미소 지으며 발맞추어 걷는 것들을 모두 할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웠습니다. 평소였다면 모두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 다녔을 벚꽃길 여행인데 지금 이 시간이 야속하면서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하얀 벚꽃이 꽃비처럼 빙그르르 돌며 내릴 때 우리 가족은 그 꽃비를 맞으며 김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아빠는 머리가 하얀 자신의 아빠를 바라보며 벚꽃 잎 하나에 눈물 한 방울을 흘립니다.
김유빈 기자 (일곡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