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님
추천 : 87 / 조회수 : 1764
행복한 엄마 인사드립니다. 우리 아이들로 인해 행복한 엄마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는지, 우리 여덟 식구가 사는 삶 안으로 들어와 함께 행복한 시간으로의 여행을 떠날 어린이들 모두 모여주세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편과 습관적으로 유산이 되는 일로 진지하게 상의를 하던 중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입양을 해서 키우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을 먹고 대전의 늘사랑 아기집으로 전화했습니다. 입양 담당이신 김영숙 소장님과의 통화 중 친자매 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얼굴도 보지 않았는데도 어느 틈에 ‘내 아이들’로 가슴에 담아 4세, 3세인 여아 2명을 바로 입양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의 작고 예쁜 입에서 연신 ‘엄마, 아빠’를 부르며 안겨오는데 왜 그리도 가슴이 쿵당 쿵당 뛰고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설레고 행복하던지......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고, 입원을 하고, 몸이 안 좋아 수술을 할 때는 심장이 터져나가 꼭 죽을 것 같이 마음이 아파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3살에 입양한 둘째 아이 하선이가 7살에 완치되기 어렵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고 얼마나 가슴을 치고 울면서 몸부림을 쳤는지...... 결국에는 아이만 살려주면 모르는 죽어가는 다른 이에게 나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서원까지 하면서 아이의 치료에 매달리며 서울대 병원을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다시 4년. 그 사이 어린 하선이가 귀여운 여자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서 늘사랑 아기집에서 구순열을 가지고 태어난 하민이가 가족이 되었어요. 다시 하선이가 이번에는 남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서 안짱다리로 태어나 수술을 2번한 너무나도 귀엽고 깜찍한 아들 사랑이를 입양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하선이는 3학년이 되었고 초등학교 운동회 날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어른으로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눈물을 펑펑 쏟고 4년 전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르는 죽어가는 분에게 신장 기증을 하게 되었지요. 아픈 하선이로 인해 우리 가족은 더 많은 감사를 하며 살게 되었고, 하선이를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신장 기증을 하고 몸이 조금 회복이 되면서 아이들과 너무나도 행복하게 지내던 중 또 다시 하선이가 동생을 데려오면 좋겠다고 말을 해서 베트남계인 요한이를 입양하게 되었어요. 요한이를 입양하면서 다문화 여성들의 아픔을 보게 되었고 아들에게 나중에 친부모의 나라에 대해서 무언가 말을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다문화 여성들을 돕는 봉사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이 일이 가장 큰 일이 되어버렸어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열혈 엄마로 변해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 ‘아빠’, ‘가족’이라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답니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만 자식인가? 사랑으로 깊게 뭉쳐 있으면 어느 누구도 가족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요. 사회에서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이 땅의 우리의 자녀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시설에서 자라고 있는데도 우리는 내 일이 아니라는 듯 방관자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둘째 딸 하선이가 한 말을 이 땅의 어른들에게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엄마가 이 땅에 입양이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다 입양해”
어린 아이는 어른들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그렇게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거절할 수 없어서 또 여섯째 아들 햇살이를 입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졸지에 여덟 명이 되었어요.
힘들지 않냐고요? 왜 안 힘들겠어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라 손도 많이 가고 다들 몸에 작은 아픔들을 안고 우리 가족이 되어서 순서대로 병원 가는 일도 만만찮은데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있거든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것임을 알기에 그 행복만 가지고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그래서 내 배 아파 낳을 자식도 포기한 채(하은 하선이가 결사반대를 했어요. 동생을 낳는 것은 하지 말고 입양을 하자며) 이렇게 가슴으로 자녀 여섯을 낳고 우리 부부 너무 좋아 늘 배시시 웃고 다니다 결국엔 ‘바보 엄마, 바보 부부’란 별명까지 얻게 되었지 뭐예요. 우리 하선이가 바보라는 말을 이렇게 설명해 주더라고요.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엄마, 아빠’ 너무 센스 있고 재치 있는 우리 딸의 언변에 그만 뒤로 넘어갔다는 거 아닙니까!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보답해야 한다며 1년에 봉사 활동을 100시간 이상을 하며 용돈 받으면 악착스럽게 안 쓰고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하는 큰 딸 하은이, 이 땅의 입양 홍보 대사를 자처하는 우리 집 둘째 딸 하선이,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어린 남동생들을 너무나도 잘 돌보아주는 의젓한 셋째 딸 하민이, 우리 가족의 기쁨과 웃음꽃을 선물하는 요한, 사랑, 햇살이.
우리 가족은 이 땅이 입양의 바른 정착화를 위해 기꺼이 선구자적인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란 가족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된 것이고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 놓으면서 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목적이 아니기에 인세의 전액은 사회 복지 시설로 기부하기로 약속했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땅의 어린이와 어린이들의 가정에 잔잔한 감동과 변화가 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윤정희님